아버지가 아니다.   deux.
  hit : 2898 , 2012-08-22 11:15 (수)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다.
벗어나고 싶어서.




그동안
스스로의 내면에 있는
수많은 매듭들을 풀려고 노력하면서
그리고 풀면서 살아왔다.



굉장히 많이 꼬여 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매듭은 잘 풀리지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하고
아무리 바꾸려 해보고
아무리 주변에 상담을 해봐도

느껴지기만 할 뿐
행동이 나서질 않는다.



아마 
매듭을 풀다 풀다
드디어
가장 큰 매듭에 도달한 듯 싶다.



잠깐의 희열.


.
.




그러나 힘들다.
역시 잘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꽈악 
묶여 있다.
어디로 손가락을 집어넣어야 할 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
.



이쯤되면 드는 생각은
이 매듭을 안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도
이같은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클지도 모르는
매듭을 안고 사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내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 지 나는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뭐랄까
자신의 그런 부분들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것 같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든지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늘 의욕없이 살아서
엉망인 집안 사정들.

그래서 나는
그가 그렇게 상처받았고
가끔 이상한 성격이 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근친상간은
그렇게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나는 여자이니까
14년 동안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내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는데
점점 혼자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의사가
자신의 뇌를 들여다보며
수술을 하고 있는 꼴이지 않은가.


들여다보는 것만도
징그러운데
혼자하는 그 수술이 얼마나 외로운지.
그만두고 싶고
그냥 닫아버리고 싶다.

그런데 
열어보니 암덩어리가 장난이 아니어서
연 김에 다 긁어버리고 싶은 마음인데
긁어내는 동안에도 암세포 복제가 일어나는지
아무리 긁어내도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굉장히 큰 암덩어리를 발견했다.
아마 이것이 암의 근원이지 싶다.



그런데 잘 제거가 안된다.



.
.





요즘 나의 주제는
회피, 권리의식
이다.




회피.
오랜 시간 나의 생존 방식이 되어주었던 녀석.



남자와의 관계에서
특히 성적인 관게에서
나는 언제나 약자였고
수동적인 관계였다.


그것이 전혀 낯설지 않아
나는 지금 
남자친구와의 성적인 관게에서
철저히 수동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위험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나는 원래 그랬으니까.


그리고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아버지의 기분을 거스를 것 같은 말은 하지 않고
이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불안해하면서 살았던
그 시절의 그 생존 방식대로
나는 모든 사람들을 아버지로 만들어놓고
할 말이 있으면 반응을
지레 두려워하며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중요한 것.



나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잠정적 아버지다.
모든 사람들을 아버지로 만들어놓고 있다.




소름끼치는 진실 아닌가.
사람이 이토록 단순하고 미련한 동물이라니.
뇌가 이토록 세련되지 못한 기관이라니.



.
.




아버지 이외에는
아무도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만이
아버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니다.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아니다.
내 친구들은 아버지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고용주는 아버지가 아니다.
내 동생은 아버지가 아니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아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어머니다.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다.
할머는 할머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만의 반응을 한다.
아버지와는
다르다.



피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
세상은 
위험하지 않다.
말 해도 된다.
아무도 날 해치지 않아.
아무도 날 해칠 수 없어.
나는 이미 그들만큼 강해.
나도 똑같은 어른이야.
나는 7살도 아니고
10살도 아니고
13살도 아니고 
17살도 아니고
19살도 아니야.

나는 21살이야.
그리고 아무도 더이상 나를 
함부로 할 수 없어.
아무도 나를 죽일 수 없어.


.
.




열살 안팎의 시절
나는 정말로 아버지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며 살았다.

내가 아버지를 화나게 하면
아버지가 나를 때릴 것 같다는 것을 넘어
저 망치로
저 부엌칼로
나를 죽일 수도 있다
는 것을
느꼈다.


그 공포가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안 죽는다
기지배야.




.
.




아무튼.



나의 모든 인간관계는
아버지-나 관계로부터 비롯되어
내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 맺어온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나, 
의 관계였다.



벗기자.



아버지는 한 사람이다.
그 사람 
딱 한 사람.



나머지는
모두 아버지가 아니다.



좋은씨앗  12.08.23 이글의 답글달기

제 경우에는 아버지한테 언제나 야단 맞고 혼나고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에는
군대간 형과 가출한 여동생을 대신해서 둘째 아들인 제가 살림살이를 하면서
아버지의 화난 감정의 배출구인 쓰레기통 역활을 하면서 살았었죠

그래서 지금도 강압적이고 화를 잘 내는 사람 앞에 서면 자기 주장을 잘 못하고
순간적으로 얼어 붙어서 분명 내가 부당한 경우 인대도 뭐라 말 못하고
참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더 안좋을 결과를 가져 와서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곤 했죠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에서의 문제를 겪었을 때
그 영향이 가족을 벗어난 타인과의 모습속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
대인관계 장애를 안고 살아 가는 것이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죠

결국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인격의 소유자들인데
그 부분에서 내가 스스로 선을 긋고 분명하게 의식적으로 극복 해야만하는
부분 이기도 하겠죠

스스로 극복하고 과거의 일이 현재와 미래의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 가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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