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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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5:55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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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는다는 것/ 김필영
잘 삭은 술은 사랑 받는다
포도가 잘 삭아야 좋은 술이된다
견디기 힘든 고난도 따뜻이 위로하면
아픔이 삭는다
삭은 눈물이 강이 될 때
물 흐르듯 슬픔이 씻겨 일어설 수 있다
항아리에서 잘 삭은 김치는 밥도둑이다
잘 삭은 홍어를 가운데 두고
응어리진 마음도 잘 삭히면
서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삭는다는 것
상처받은 사람만이 삭을 줄 안다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잘 삭은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있다
쓴잔을 앞에 두고
눈물 흘려본 사람만이
잘 삭은 술을 마실 수 있다
- 월간 <시문학>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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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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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5:36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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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시선집 <참 좋은 당신(2004 시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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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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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5:26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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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 젓가락도 숫가락도, 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 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 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 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 시집 <나무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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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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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5:19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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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생각/ 이수익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자, 자,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현대시 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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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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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5:09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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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법/ 서정윤
내 사랑은 잠시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순간의 화려한 눈부심 뒤에
긴 어둠, 많은 꿈을 견딜지라도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우리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불꽃의 흔적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 우리 삶이다
- 시집 <따옴표 속에(2005,문학수첩)>
"사랑이 변하고 또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는 것.
사랑은 점차 변해가면서 그것이 성숙한 모습을 갖춘다는 것을 알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 시집 첫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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