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티아레
|
2010-03-10 03:13 (수) |
|
고독해 보면 / 지성찬
새어드는 검은 고독이 가슴까지 차오른다
생활의 주머니도 가랑비에 모두 젖었다
물기를 꾹 짜서 다시 입는다
일기예보는 誤報였다
|
|
|
48. 티아레
|
2010-03-10 03:10 (수) |
|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장석주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
|
|
47. 티아레
|
2010-03-10 03:08 (수) |
|
모든 사람이 쓰고 싶은 시에 대해 / 이승훈
요즘엔 모두가 시를 쓰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가 시를 쓰고 있다 돈
을 위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명예를 위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심심풀이로 쓰는 사람도 있고 (이승
훈 씨 같은 사람) 재미로 쓰는 사람도 있고 직업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그냥 쓰는 사람도 있고 자
기를 위해 쓰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자기가 쓴 시를 안 읽어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 전
혀 안 쓰는 사람도 있고 쓰려고 벼르고는 있지만 아직 한번도 안 쓴 사람도 있고 한때는 시를 쓰려
고 했지만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어진 사람도 있고 언젠가는 시를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시
쓰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고 오래 전에 포기했던 시쓰기를 새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시 대
신 소설을 쓰는 사람도 있고 에세이나 수표나 저속한 농담이나 화장실에서 낙서만 쓰며 사는 사람
도 있고 물론 시를 쓰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고 (이승훈 씨 아내 같은 사
람) 시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역겨워져 포기한 사람도 있고 쓰던 중간에 중단한 사람도 있고 - 물
론 자기는 결코 시를 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시도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는 시 쓸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쨌든 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시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도
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고 절망감에서 시쓰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고 영원히 끝낼 수 없는 빌어먹
을 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다시 이승훈 씨 같은 사람) 중간에 그만 두었
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시쓰기에 비참하게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엔 실패하지만 곧
성공했다가 나중에 다시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쓴 시를 불태우는 사람도 있고 불태운 다음
에 다시 새로운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시를 써서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도 있고 그럴 가치도 없는
시를 계속 쓰레기통에서 꺼내 출판사에 보내면 출판사에서는 또 다른 쓰레기통에 그걸 던져넣는 사
람도 있고 - 좋은 시를 못 썼다고 생각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걸레
같은 시를 썼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등등 -
|
|
|
46. 티아레
|
2010-02-23 12:52 (화) |
|
나의 라이벌 / 천양희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시인은 말하고
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염장이는 말하네
어렵고 무서운 건 살 때 뿐이지
딱 일주일만 헤엄치고 진흙속에 박혀
죽은 듯이 사는 폐어肺漁처럼
죽을 듯 사는 삶도 있을 것이네
세상을 죽으라 따라다녔으나
세상은 내게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꽃 하나 심어주지 않았네
인생이 별거야 하나의 룸펜이지 누구는 말하지만
나는 어둠의 한복판처럼 어두워져
생활을 받들 듯
고통을 씀으로써 나를 속죄했네
아무도 사는 법 가르쳐주지 않는데
누구든 살면서 지나가네
삶은 무엇보다 나의 라이벌, 나를 쏘는 벌
|
|
|
45. 티아레
|
2010-02-23 12:49 (화) |
|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