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티아레   2010-02-23 12:32 (화) 
루 살로메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나의 양팔이 꺾이어 당신을 붙들 수 없다면

나의 불붙은 심장으로 당신을 붙잡을 것입니다



나의 심장이 멈춘다면 나의 뇌수라도

그대를 향해 노래할 것입니다



나의 뇌수마저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내 핏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43. 티아레   2010-02-23 12:29 (화) 
겨울나무 /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단단한 겨울나무

42. 티아레   2010-02-23 12:12 (화) 
어른이 되었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서

41. 티아레   2010-02-09 15:37 (화)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40. 티아레   2009-12-17 00:22 (목) 
귀한 인연이길...

- 법정 -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 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귀한 인연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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