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티아레   2009-10-07 11:40 (수) 
시는 -캄캄한 인도하늘을 날으며-
- 조병화 -


시는 공기처럼 우주 어디에나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걸 볼 수 있는 시인에게만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보고 감지할 수 있는 감성이 있고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지성이 있고
그걸 말로 잡을 수 있는 재능이 있고
언어로 단단히 묶어 둘 지혜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어로 단단히 묶어 둔 그 시를
아름답게 닦고, 다듬어서
고독한 영혼들에게 뿌려 주는 것이다

사막의 이슬처럼.
별처럼.

28. 티아레   2009-10-07 11:38 (수) 
나는 긴 인생을
- 조병화 -

나는 당신을 만난 것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한 것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헤어진 것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만난 것을 고마운 인연으로,
당신과 헤어져서 잊지 못하는 것을 사랑으로,
이렇게 오래 긴 세월을
하늘의 은총으로 살고 있습니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27. 티아레   2009-10-07 11:37 (수) 

어느 밤의 기도
- 조병화 -

잠이 오지 않다가
어쩌다가 잠이 시름시름 스며들면서
오락가락하다간
잠 속에선가 꿈 같은 것이
어리다가 사라지면서
슬며시 비친 어머님의 모습,
하시는 말씀이

얘야, 이젠 시간이 다 되었다,

들릴 듯 말 듯하면서 흐리멍멍한
어머님 목소리
사라지며 다시 잠이 가시는 새벽 2시

사라지신 어머님 모습 다시 보고 싶어서
눈을 감아도 잠이 들지 않는
캄캄한 빈 밤 새벽2시, 혼자서
차디찬 별바닥으로 부질없이 떨어져간다

아, 생명의 말로는 이렇게도
고통스러운 인내일까,

어머님, 이젠 손쉽게 생명을 거두어
어머님 곁으로 갈 수 있는 그 재주를
저에게 내려 주소서

저는 이렇게 기진맥진하옵니다
부탁입니다
간절히 소망하옵니다

부디.

26. 티아레   2009-10-07 11:34 (수) 
눈물
- 조병화 -

눈물은 와 그리 나노

이 세상 눈물이 아닌 기 어데 있노 하며 살끼지

와 그리 슬피 우노

그리 슬피 울면 난 우짜라고


니도 더 살아보면 알끼지만

이 세상만사 눈물이 아잉 기 어딘노


슬프다케서 우째 다 우노

이 많은 세상을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위안

난 이 나이까지 속으로 속으로 숨어서

그걸 살아왔니라.

25. 티아레   2009-10-07 11:33 (수) 
의자
- 조병화 -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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