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779 , 2013-05-30 23:40 |
오늘은 늦잠을 잤다.
어제 새벽 두시 사십분쯤 잠을 잤으니 늦잠을 잘만도 하지....
눈을 떠보니 5시 45분이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학교를 갈까 이대로 잠을 자버릴까...
학교를 간다면? 지각을 하겠지? 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꼬이지 않을지도 몰라. 잠깐 생각해보니 시험 2주 전인데 오늘 뭔가 시험에 대한 힌트를 줄 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오늘 1교시는 원어민 수업이군. 화요일날 있던 같은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프린트를 나눠줬어. 꼭 가야겠군... 하지만...
이대로 잠을 잔다면? 얼마나 잘 수 있을까? 어머니께는 뭐라고 변명하지? 어머니는 지금 주무시고 계신걸까?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아직 안오셨을 수도 있어. 어머니께서 오시면 방문을 열고 내가 있는지 확인하실거야. 그럼 난 또 불호령을 들어야겠지.
결심은 곧 기울었다. 아침을 굶으면 지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 세안을 하고 나왔다.
그리곤 거울 앞으로 가서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바로 나왔다.
무슨 신발을 신을까...
그 동안 비때문에 못신었던 새로산 구두를 신었다.
나가는 길에 버스가 어디있는지 확인했다.
버스는 딱 적당한 위치에 있었다.
내가 정류장에 도착하고 얼마 안있어서 버스가 왔고 나는 별로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탔다.
잠실역에 도착해서 내린사람은 나와 어떤 아주머니 뿐이었다.
그때 내 앞좌석에 어떤 할아버지도 타계셨는데 꾸벅꾸벅 졸고 계신걸 보니
그대로 몇바퀴를 돌 작정이신 것 같았다.
잠실역에 내렸을때가 40분쯤이었다.
나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7시 첫차를 놓치지 않았고 지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1교시 수업까지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는 휴게실로 가서 잠시 눈을 붙였다.
꿀같은 휴식시간이 지나고 눈을 떠보니 50분이 넘어있었다.
나는 재빨리 휴게실을 빠져나와 자판기 앞에서 지갑을 펼쳐보았다.
지갑에는 3000원이 들어있었다.
3000원을 모조리 자판기에 넣고
코코팜, 칸타타, 핫식스를 차례대로 눌렀다.
덜컹 쾅 덜컹 쾅 덜컹 쾅
짤랑짤랑짤랑짤랑
거스름돈 400원이 남았다.
코코팜은 원어민 교수님께 드리고 칸타타는 수용씨 주고 핫식스는 내가 마셨다.
원어민 회화수업때는 내가 예상한대로 프린트를 나눠주었다.
회화수업이 끝나고 나는 도서관 멀티미디어실로 갔다.
멀티미디어실에는 DVD를 시청할 수 있는 칸막이가 쳐져있고 긴 소파가 놓여진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서 한시간 정도 잔것 같다.
자면서 아주 자극적인 꿈을 꿨는데
밖에서 이런 꿈을 꿀 정도로 내가 망가졌나 싶었다.
아무튼 자다가 깬 건 열두시 쯤 하나누나한테 전화가 왔을 때였다.
하나누나는 밥먹으러 나오라는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머리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우리 조가 참 마음에 드는데 바로 이런점이다.
조별 발표가 끝난 이상 우리 조는 사실 더 만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조는 이렇게 만나고 있고 연락도 계속 하고있다.
이렇게 조별 발표 후에도 연락을 계속 한 적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아직 끝난지 얼마 안되었으므로 더 두고봐야겠지만.
우리 조원들 : 하나누나 보람누나 평원이 나
이렇게 넷이 다 모여서 밥을 먹으러 갔다. 처음엔 라스페라에 갔지만
사람이 꽉차서 야마자께로 갔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이 꽉차서 결국 용우동에서 식사를 했다.
다들 더치페이를 하는데 난 현금이 없어서 평원이가 내 몫을 내주었다.
하나누나는 내가 무안할까봐 하신 말씀인지
돈 많은 사람들은 현금 안들고 다닌다고 하셨지만
그 말은 나를 더욱 민망하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학생회관에 있는 카페에 갔다.
여기서는 내가 내려고 했는데 보람누나가 막아 버리셨다.
나는 돈이 별로 많이 남아있지 않았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한 시반 정도까지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보람누나는 한시에 수업때문에 먼저 일어나셨다.
오늘 알게된건데 그 수업. 독문과 송교수님의 유럽의 이해 수업이었다.
세상은 참 좁다.
보람누나는 수업들으러 먼저 가시고 곧 하나누나도 기숙사로 가시고
평원이와 나만 남아 인대 빵빵 로비로 갔다.
평원이가 먼저 청강이나 할까 얘기를 꺼냈다.
나는 문교수님 수업을 가자고 했다.
평원이도 역시 내심 좋아하는 듯 했으나
수업 중간에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듯 했다.
우리는 한참 망설이다가 2시가 거의 다되서 들어갔다.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강의실 내부는 어두웠고
들키지 않고 맨 뒷자리로 갈 수 있었다.
수업은 곧 끝났고 잠깐의 청강을 마친 우리는 다시 로비로 나와 앉아있다가
아동문학 수업을 들으러 올라갔다.
삼주째다.
두번째 줄인가 세번째 줄에 분홍색 음료수를 흘린 자국이 없어지지 않고있다.
누군가 침을 섞어놓은 듯 거품도 보인다.
그것들은 이제 굳어서 더이상 액체라고 보기 어렵다.
아무도 그 자리에 앉지 않는다?
아니다.
이번 시간엔 아무도 앉지 않았지만
저번시간에도
그 전 시간에도 그 자리는 누군가 앉았다.
이교수님은 오늘 또 오류를 범하셨다.
저번엔 천일야화를 천야일화라고 하지를 않으시나...
이번엔 캐리비안의 해적 감독이 팀버튼이란다.
캐리비안의 해적 감독은 난 모르지만 팀버튼은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영화를 찍은 적이 없다.
이런식으로 교수님들의 실수담을 자꾸 적다보면
내 일기는 교수님 욕하는 장이 될것 같군.
오늘 내가 새 구두를 신은 줄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