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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회식.   지난 이야기
조회: 2912 , 2013-06-15 22:18
 일주일 내내 또 술과 야식.
 정말 외로웠나보다, 아니 외로운가보다, 아직.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더 오랜시간을 갖기 위해서 아둥바둥.
 그러다 헤어져 텅 빈 집에 돌아오면,
 다시 혼자라는 외로움, 상실감에 맥이 풀린다. 



  금요일
 생각지도 않은 회식.
 회사 근처 막창집이었는데, 자리가 없다고-
 바로 옆 횟집으로 잡으셨다는 차장님. ㅁㄴ이ㅏㅊ ㅗㅁ'ㅣㄴ아ㅓ추 먼
 난 회를 못 먹는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으려 했으나....
 
 솔직히.
 사직서를 제출한 후라 참석을 했다.
 조촐하게 모인 회사식구들.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는 사람 몇몇.

 끝까지 남아있었던 사장님과 차장님, 그리고 과장님.
 횟집에서 새송이버섯 볶음을 안주삼아 쏘맥을 홀짝홀짝 하고 있으니
 어이없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회사 이야기를 한다.

 난 사직서를 냈으니, 이제 눈치볼거 없다며 막말도 좀 하고,
 사장님한테 대들기도 한 것 같고,
 업무분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 것 같고.
 그러다 다들 하나씩 인사를 하고 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건너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면 보이는 곳에 사는 과장님이 일어나자고 말한다.
 까만 렉스턴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잔 더 할까? 하길래,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고.

 또 집 앞 치킨집으로 가 날개 반 + 다리 반 시켜 맥주 1750을 나눠마신다.
 회사 이야기를 나누고,
 옛 사랑 이야기를 나누고,
 취미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꽤나 많이 마셨고 꽤나 많이 이야기를 했고 꽤나 많이 웃었다.
 
 새벽 한시쯤, 치킨집 사장님이 매장 정리를 했고,
 우리는 눈치를 보며- 2시까지만 있으면 안될까요? 하며 웃었다.
 1시 반까지만 있을께요, 했는데 이야기를 하며 웃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2시가 넘어 나왔다.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들어오는 길.
 바로 코 앞에 살면서 납치당한다고, 밤길은 위험하다며 데려다준다는걸
 한사코 사양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신고 나간 구두를 벗고 거실로 들어서니, 현관 앞 불이 꺼졌다.
 새카맣다.
 맥이 풀렸다.
 


 사실은 조금더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더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안아주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바보같이, 그게 설령 니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시계가 8시 50분... 맙소사 하며 일어났는데 속이 많이 쓰리다.
 


 사직서 수리가 잘 되면 좋겠다.
 당분간은 좀 쉬고싶다. 
 배우고싶은 것도 있고.
 이 나이에 미쳤다고들 한다. 안정적인 직업과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다른것을 꿈꾼다고.

 하지만.
 나는 하고싶은걸 못하면 병이 난다. 
 아프기는 싫다. 


 
 

向月   13.06.18

사직서 낸거? 조금 막막하긴한데. 배우고싶은게 있어요. 여행도 다니고싶고. 글도 쓰고 노래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