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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나의 근황.   지난 이야기
조회: 2731 , 2013-09-02 09:14
 제과 필기시험을 준비했다.
 덕분에 조금 바빴달까.
 일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베이킹도
 어느새 슬그머니 일이 되고있다.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키 어려워;;
 
 
 당신은 조금씩 나를 물들여가고 있다.
 당신의 색깔로.
 '너'는 내 옆에서 돌아섰다.
 당신을 밀어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당신도 나도 외로워서일까.


 카페에 앉아 필기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유리창 너머로 당신이 나타났다.
 합격엿이라며 내게 전한다.
 

 나는 오전 10시에 필기시험을 쳤고
 오후 3시에 당신과 함께 내가 '합격'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금요일.
 제과수업이 모두 끝났다.
 오후 5시반쯤, 함께 듣던 동생 둘과 제과파트 강의를 해준 쌤과
 쫑파티를 했다.
 
 이미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술을 마시고
 아니, 근데 왜 나는 그 자리에선 멀쩡하게 앉아있었던걸까.
 제정신으로 당신에게 지하철역까지 데리러와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10분을 걸어 지하철역으로 가
 20분을 지하철을 타고.

 아.
 문제는 거기였다. 화장실.
 내 얼굴이 얼마나 빨간지 확인해보려 들어간 화장실에서
 왜 나는 핸드폰을 물에 빠뜨렸는가.
 
 정신이 번쩍 들어 건져올린 핸드폰은 전원이 꺼졌고
 급하게 배터리를 분리시키고 물기를 닦고 지하철역을 벗어났다.
 계단을 올라와보니 당신의 차가 서있다.

 



 기억이 따문따문 난다.
 술취하면 콧소리를 내며 해실해실 웃는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랬나보다.
 당신이 '왜이렇게 웃어~' 하던 목소리가 생각나고.
 얼마나 마셨길래 상태가 이래- 하는 말에
 나 쏘맥 6잔 먹구 그 뒤로 맥주 3잔 더 마셨는데 이렇게 됐네에~? 했다나.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떼도 썼다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니까 패스.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커피 한잔하자고 해,
 집 앞 카페로 들어간건 기억이 나고.
 매달 보는 잡지책, 틀린그림찾기를 그 정신에 했단다.
 총 8개를 찾아야되는데, 6개 찾아놓고 테이블에 엎어져서
 모서리에 얼굴을 박고 아프다고 울었단다.
 
 커피를 반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집에 가자! 라고 외치곤
 골목길을 비틀비틀 걷더란다.
 잡아주려는 당신에게 괜찮아! 나 똑바로 걷고있는데? 라고 큰소리치고,
 보도블럭에 휘청해 넘어질뻔했단다.
 그러면서 내가 말했단다.
 '전봇대나 나무에 안 박으면 되지~ 그럼 똑바로 걷는거지~ 그치~'
 



 토요일,
 깨질듯한 머리통을 부여잡고 냉수 한잔하고.
 고장난 핸드폰을 들고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오후에 연락준단다.
 
 정오쯤 등산가기로 했던 약속이 생각나
 옷을 입고 등산가방을 싸고 후다닥 나오니 저 멀리 당신도 차에서
 등산화를 꺼내고 배낭을 챙겨넣고 있다.
 
 죽을 것 같아, 라는 내 말에 속풀이해야된다며 잔치국수 한그릇씩 하고
 보현산에 올랐다.
 오락가락 소나기가 내리길래, 정상은 좀 낫겠지 했는데 왠걸.
 정상은 구름 위였다..
 자욱한 구름때문에 풍광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결국 들이닥친 소나기에 쫄딱 젖어내려왔다.
 절에나 갈까?
 좋지.
 그 길로 다시 차를 몰라 은해사로 가서, 임도를 걷고.
 그 덕에 젖었던 옷이 뽀송하게 말랐다. 
 
 전날 술을 마신건 나인데.
 당신 컨디션이 별로인듯하여 내려왔다.
 해물파전과 동동주를 시켜놓고 어제 먹은 술도 아직 덜 깬듯한데
 나는 동동주 세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 나 왜 만나?'
 내 물음에 당신은 아무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나. 이별한지 얼마 안됐거든. 그리고 만난지도 얼마 안됐어.'
 '일년쯤 만났는데 3개월있다 먼데로 가버리구,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 했거든.'
 '당신은 바로 우리집 앞에 살아서 좋은데.. 좋긴한데. 모르겠어'
 
 '... 좋으니까 만나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또 한참을 술잔을 매만지다가 말했다.
 '나는 참한 아가씨 만나서 내년쯤에 결혼하고 싶은데.'
 '그런데?'
 '근데 당신이 좋으니까. 그래서 만나지'
 '생각이 많아지네'
 '고민없는 사람이 어딨냐. 내가 생각없이 사는것처럼 보여도 말을 안해서 그렇지..'
 

 멈출 수 있을때 멈춰주길.
 사랑할 수 있을때 사랑하길.
 행복할 수 있을때 행복하길.
 보내야할 때 보낼 수 있길.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불가라고 했다.
 2년 약정해서.. 1년밖에 안 썼는데, 할부금은 어쩌라고. ㅠ
 ㅂ'ㅣㅇ낯 올;ㅣㅂ자ㅓ우 ㅗ지ㅏㅓㄹㅇㄴ;
 술이 웬수다.
 아.


 내 다신 이따위로 술 먹으면,
 인간 박진아가 아니다.
 개백정이다.


 

볼빨간   13.09.05

수많은 바램이 결국 지금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길..안녕하세요

sunny8011   13.09.13

ㅎㅎ안타까운 웃음ㅎㅎ 잘 지내는 거죠? 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