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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엄마가 좋다.   trois.
조회: 2781 , 2013-08-20 23:48



미쳐버리겠다, 아주.
어제 밤에는 엄마가 미워 죽겠었는데
오늘은 엄마가 좋다.

옛 일기를 읽다가
나와 엄마가 사이가 좋던 시절의 일기를 보았다.
엄마에게
설거지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받고
기분 좋아했던
그 글을.


사실
그 해 10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와 아주 사이가 좋았다.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었고.

하지만 
그 이후로 뭔가가 달라져 버렸다.


.
.


그리고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도저히 모르겠다.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미워하려면 사랑하는 감정이 올라오고
사랑하려면 미워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속이 시원하련만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껏 미워할 수 없고
미워하기 때문에 마음껏 사랑할 수가 없다.

마치 덫에 갇힌 기분이다.
양쪽이 막힌 원형의 통 속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반복하고 있는 느낌.
이 쪽이 막혀 있어 저 쪽으로 가보면
여지 없이 그곳도 막혀 있다.
다시 반대편으로 가보지만 
그쪽 역시 막혀있다.

영원한 반복,
인 것이다.



.
.


이럴 때마다
마냥 아빠가 미워진다.
그 사람이 그런 일만 하지 않았던들
엄마는 남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살았을 사람인데.
내가 엄마를 미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짜증스럽기도 하고
나와는 안 맞는 점이 많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약하디 약한 사람일 뿐.

적어도 내가 그녀를 미워하게 될 이유는 없었을 텐데.



.
.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렵다.

HR-career   13.08.20

참..어렵네요..뭔가..

티아레   13.08.21

"either ~ or " 양자택일의 덫에 갇히지 말고
"either ~ and" 양자긍정으로 그 덫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길

그 팽팽한 대극 긴장의 고통을 초극하는 길을 찾으시길
중심으로 통하는 대극합일, 대극융합의 길을.

미울 땐 밉고 좋을 땐 좋은 거죠
그 둘이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요
그런 양가감정들..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요. 자연스러워요.

李하나   13.08.21

자연스럽다, 라.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결국 이도저도 아닌 걸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아요.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요. 미워하고 싶어도 좋아하니까 미워하지 못하겠고, 좋아하고 싶어도 미워하니까 좋아하지 못하겠고. 점점 거리만 생겨가는. 우아 어렵네요:(

티아레   13.08.21

이도저도 아닌,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는 사이..
그 안타까운 심정.. 이해해요.
아무리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것 같구요

하지만 그 정도 거리가 최선일지도 몰라요.
두 사람이 어떻게 친밀한 관계가 돨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겪은 게, 쌓인 게 너무 많지 않나요
둘 사이에 다루거나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그리 많은데
무슨 수로 관계를 좁힐 수 있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는 건 있는 거니까요.
존재하는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내요..


티아레   13.08.21

하나양이 엄마와의 관계만은 꼭 구해내고 싶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함께 상담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둘이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