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리겠다, 아주.
어제 밤에는 엄마가 미워 죽겠었는데
오늘은 엄마가 좋다.
옛 일기를 읽다가
나와 엄마가 사이가 좋던 시절의 일기를 보았다.
엄마에게
설거지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받고
기분 좋아했던
그 글을.
사실
그 해 10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와 아주 사이가 좋았다.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었고.
하지만
그 이후로 뭔가가 달라져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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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도저히 모르겠다.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미워하려면 사랑하는 감정이 올라오고
사랑하려면 미워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속이 시원하련만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껏 미워할 수 없고
미워하기 때문에 마음껏 사랑할 수가 없다.
마치 덫에 갇힌 기분이다.
양쪽이 막힌 원형의 통 속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반복하고 있는 느낌.
이 쪽이 막혀 있어 저 쪽으로 가보면
여지 없이 그곳도 막혀 있다.
다시 반대편으로 가보지만
그쪽 역시 막혀있다.
영원한 반복,
인 것이다.
.
.
이럴 때마다
마냥 아빠가 미워진다.
그 사람이 그런 일만 하지 않았던들
엄마는 남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살았을 사람인데.
내가 엄마를 미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짜증스럽기도 하고
나와는 안 맞는 점이 많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약하디 약한 사람일 뿐.
적어도 내가 그녀를 미워하게 될 이유는 없었을 텐데.
.
.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