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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당신에게   trois.
조회: 2560 , 2013-08-20 00:18



오랜만이야.
지난 번에 쓴 편지는 읽었어?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네.
뭐, 당신 같으면 찢어버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김에
당신한테도 한 장 써보려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나에 대해 죄책감이 없어보여.
정말 뻔뻔해서 별로 사람 같지도 않아.
뭔가 싸이코 같은 범죄자 같이 느껴진달까.
너무 심하게 말한다고 생각하지마.
누구한테 당신 이야기를 하든 다 그렇게 이야기해.
근데 사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봐.
자기 딸을 13년 동안 성폭행하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질 않고
오히려 큰 소리 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누가 사람이라고 하겠어.

당신 스스로는
자신이 사람이라고 열심히 합리화 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당신이 크게 변하는 건 없겠지.
그냥 내 화풀이야. 
상욕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그런 건 만나서 얼굴에 대고 해야 시원하지
글로 써봐야 별로 의미도 없으니까.


나는 가끔 궁금해져.
당신이 나한테 왜 그런 행동들을 했었을까.
나한테 그런 행동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도 생각하지를 않았던 걸까.
말했듯이 나는 너무 힘들고 혼란스러웠어.
죽어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었지.

어째서 나의 아빠라는 사람은
나한테 이렇게 지독하게 구는 걸까?
왜 이런 악마 같은 사람이 
내 아빠가 되었고
나는 왜 이런 사람한테서 태어난 걸까?
참 원망도 많이 했지.

가끔 생각해봐도 소름이 끼쳐.
어떻게 아이한테 그럴 수가 있었을까.
머리가 약간 이상한 건 아닐까 하고.

그렇게 좋았어?
나한테 강제로 하는 그런 행동들이? 
왜 그런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괴로울 텐데,
어째서 자기 딸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지? 

어렸을 때 말이야,
내가 가장 심각하게 했던 고민이 뭐였는지 알아? 

'나는 창녀인가?'
였어.
초등학교 6학년짜리 여자 아이가
머리를 싸매면서 한 고민이
나는 용돈을 받고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으니까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여자인가,
하는 고민을 했던 거야.

당신은 그런 걸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점점 사람들한테 마음을 닫아가고 있었던 건? 
내가 고등학생 때 교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어? 
그리고 내가 언제나 죽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렸다는 건? 

도대체 당신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 
나는 그게 궁금해.



나한테 미안하지 않은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
정말 정말 궁금해.

정말 정말 
궁금해지는 밤이야.

티아레   13.08.20

난 이런 생각을 해요..

우리 가운데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악마나 괴물에 더 가까운 성정을 가진 이들이 존재해요.
그러도록 허락한 신들의 의도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짐작할 뿐이죠

하나양의 아빠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뉘우치기는 커녕 분할지도 몰라요
하나양이 성장하지 않고 힘없는 어린아이 상태 그대로 머물 수 없다는 게.

지금 상황이 왜 달라졌는데요
그가 변한 게 있을까요
전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나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는 점에서
괴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런 대상에겐 화도 나지 않아요
이번 생에 그가 맡은, 더 정확히 말해서 신이 그에게 부과한 역할은
가장 비참한 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누가 그런 역을 맡고 싶을까요

그의 그런 흑암같은 무명의 상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의식성의 상태
그 비참한 상태에 놓이기를 스스로 원할 사람은 없을 것 같거든요

나는 그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 얘기를 하나양에게 하는 이유는
그를 정상인이라고 여기는 한
언젠가 그 분노에 하나양 자신이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티아레   13.08.20

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그 뿐,
정신병자였던 부모의 잘못으로 곧장 버려졌고
그 이후로 오랜 시간 괴물에게 잡혀 감금당했다가
최근에 겨우 풀려났거니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별로 과장도 아니에요
창살없는 감옥에 가두고 부모라는 이름 하에 그렇게 모진 학대를 했는 걸요
그들이 부모만 아니었어도 하나양은 훨씬 일찍
남에게 도움을 청했을 거예요

이런 얘기 왜 굳이 하는지 알겠지요..
그들을 너무 부모라는 틀에만 맞춰 이해해보려
애쓰지 마라는 거죠
그게 될 리 없어요.
환자로 보는 게 맞아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만 있어도
훨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거기서 조금만 나가면 측은하게도 보일 거예요

李하나   13.08.21

너무 부모의 틀에 맞춰 보지 마라, 는 말씀- 무슨 말인 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어려워요. 엄마, 아빠가 갖고 싶나봐요 저는. 어떻게든 합리화 해서 가족이라는 틀에 맞춰넣으려고 해요. 가족을 갖고 싶으니까. 약간은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든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