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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법률상담 신청   trois.
조회: 2466 , 2013-10-29 14:48





방금,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하는
월요법률 상담을 신청했다.
공소시효가 약간 걸리긴 하는데,
정확한 건 상담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다다음주는 되어야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려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는 든다.
특히 요즘에는 진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상담 쪽으로는 여전히 관심이 높다.
그런데, 성폭력 상담은 아니고
소방관이나 기관사 상담 쪽에 눈길이 간다.
두 직업 모두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소방서에 전문적인 상담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어서,
소방관이나 기관사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고.

소방관은 내 동생이 소방관을 한다고 해서 관심이 갔고,
기관사는,
얼마 전에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 투신 현장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뛰어든 사람도 마음이 많이 힘든 사람이겠지만,
기관사 역시 죄책감과 스트레스가 크겠다고,
그리고 지속적으로 거기에 노출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거나,
아니면 복수전공 과목을 자유전공과정 설계를 해서
심리학이 되면 좋고.
그렇게 해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상담쪽 일을 하거나
상담 관련 기관에 취직하여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건 정말 적성에도 맞고 재미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흥미는,
해외 교류와 언어 쪽이다.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걸 기획하는 활동이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특히 두 번의 해외 교류 활동을 통해서 더욱 더 그것을 느꼈다.

역동적이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다보니
배우는 것도 많다.
세상을 보는 눈도 한결 넓어지는 느낌이 참 좋다.

한국어 교육 쪽도 관심이 간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일은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대안학교 선생님도 재미있을 것 같고.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는 데 있어서,
뭐부터 먼저 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어른들한테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론 저것들을 다 잘 할 자신이 있다.
하고 싶기만 하다면야 훨씬 더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저 정도인 것이다.

다 한 번 쯤 젊음을 불사르고 싶다는 느낌.
나이 들어서 하는 것과
젊었을 때 하는 것은 다르니까.


.
.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잠시, 쉬어주고
지금은 지금 내 앞의 일에만 집중해야겠다.
사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고,
복학도 내년이니
당장 선택해야 할 만큼 급한 일은 없는 것이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이제 내가 막 새로 시작한,
고소.

집중집중!





전화를 받으신 상담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지 않고
이것저것 걱정을 하신 것으로 보아,
공소시효가 약간 걸리는 것 같다.
아버지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고소하는 것도 걸리시는 것 같고.
어쨌든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서
녹취를 따야 하는데
뜬금없이 다시 꺼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것 같아서
그만둘 것 같았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다.

공소시효가 지났대도 상관없다.
시작하지도 않고 끝났을 때보다는 훨씬 더 개운할 테니까.

빨리 다다음 주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는 느낌이 아주 상쾌하다.



무엇보다도
법률 상담 신청서에
사건 개요를 쓰는 란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 쭈욱 써봤다.
그러고 나니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썼던 것 중에 가장 잘 쓴 것 같기도 하고.





.
.

아무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있다.

요즘은 그런 기분이다.
사는 기분.








산다,
살아진다.

























-
법률상담 신청서에 적은 성폭력 피해 내용
(※ 읽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지 말아주세요.)












7살 때 아버지에게 거실에서 성폭행(성기를 입으로 빨았음)당한 것을 시작으로, 8살 때는 손으로 가해자가 자신의 성기를 만져 사정을 유도하도록 강요하였음. 이후, 지속적으로 밤에 본인의 방으로 들어와 자고 있는 본인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고, 성기를 입으로 빨았음. 잠에서 깨어난 본인이 저항을 하면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엄마를 깨운다고 협박. 엄마는 가해자인 아버지가 본인을 성폭행 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지만,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그쳤음. 첫 시작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10살 때부터 성기 삽입을 시작한 것 같음.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수요일에 수업이 4교시만 해서 일찍 끝났는데, 그 때 본인이 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회사에서 나와 집에 들러 성폭행한 뒤 다시 회사로 돌아갔음. 이후 6학년 때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성폭행을 당한 것은 무론, 여전히 밤에도 방에 들어왔음. 수요일에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들어가지 않았다가 그날 저녁에 성적을 빙자해 구타를 당함. 중학교 1학년 때, 엄마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이를 계기로 약 1년간 심한 부부싸움을 함. 이 기간에는 성폭력이 줄어듦. 1여년 후, 가해자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엄마와 본인에게 약속을 함. 하지만 중학교 때도 성폭행은 이어졌음. 초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집에 일찍 돌아와 있을 때 집에 와 성폭행하였고,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 때는 아침에 들어와 삽입과 사정을 함. 2, 사진을 찍어주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에 사진을 찍어주고, 친필 각서를 받았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음. (이 각서는 분실) 3때까지 성폭력이 이어지다가, 본인이 고등학생이 되자 성폭력을 피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갈 것을 결정하여 강간은 더 이상 당하지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전화 통화에서 빈번하게 성관계를 요구하였고,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가슴을 만지고 성기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계속함. 스무 살 때까지 성관계 요구는 계속 됨. 21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성폭행은 완전히 끝남. 여기에 쓴 것 이외에도,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성추행과 성희롱이 일상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