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활은 먹고 자고 쓰고의 연속입니다. 쓸 때는 기계가 돌아가는 식으로 철저하게 매달립니다.
하루에 쓰는 일정량을 정해 놓아요.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을 쓸 때는 하루 35장씩을 썼지요.
지금은 늙어서 그 분량이 줄었지만, 25장은 반드시 쓰고 나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 습관화됐어요.
글을 쓸 때 밀착해서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하면, 몸은 고통스럽지요.
술도 안 마시고 사람도 일절 안 만나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그날 못 써서 35장이 날아가고,
그 다음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쓰고,
3일째 되는 날은 회복하느라 못 쓰게 됩니다. 단숨에 100장이 날아가버리죠.
10번 술을 마시면 1000장이 날아갑니다.
글 쓰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책이 나온 뒤에는 독자와의 싸움입니다.
일상에 지치고 자기 일에 지치고 사회생활로 무관심해진 영혼들을 일깨워 책을 읽게 만들고,
영혼 속에 아로새겨져 오래오래 영혼의 전율에 떨게 만들려면
작가는 독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시민이 8시간 노동을 한다면, 영혼을 깨워야 하는 작가는 그 배인 16시간을 매달려야 합니다.”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