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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조금 덜 바라면   trois.
조회: 2551 , 2013-11-07 12:29


누구한테든 조금 덜 바라면 
더 편해진다.
나 자신한테도.


제발 군것질 하지 말라고,
돈이 아깝지도 않냐고.

물론 군것질로 돈을 쓰는 건 생산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맨날 나 자신한테 혼날 만큼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750원을 아껴야 할 정도로 돈이 급한 것도 아니다.
월급을 탔으며, 일을 하고 있고
당장 목돈이 들어갈 곳도,
모을 목적도 없다.

이럴 땐,
조금 써도 된다.
1년 365일 빡빡하게 필요한 돈만 쓸 수 있는
그런 내공까지는 아직 없음을 인정한다.
그럴 동기도 이유도 없잖아.

이 정도로도 나는 꽤나 아껴쓰는 게 몸에 베어 있는 거야.
내 돈 벌어 내가 쓰고
가계부도 꼬박꼬박 쓰고.

어차피 난 피곤하면 초코초코를 먹어줘야 안정이 된다고.
물론 너무 많이 먹거나 쓰게 되면 당연히 고쳐야 하겠지만
지금은 좀 괜찮아.

먹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먹어.
체하겠다.



밤에 군것질 하는 거,
물론 안 좋아, 알아.
새벽에 상속자들 보면서 초코파이, 귤.
연습 끝나면 초코우유,

몸에 안 좋지,
살도 찔 거고.
이에도 안 좋고.

다 아는데,
그런 거 완벽히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가 없는게 나잖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걸 어떡해.
먹지 않기를 바란다면
습관을 바꿔야지
먹을 때마다 나를 나무라기만 하면
고쳐지지도 않고
먹기는 먹는대로 먹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대로 또 받고,

어차피 또 다시 순환이야.
그러니까,
먹더라도 편하게 먹자.
너무 많이 먹지는 말기, 
약속은 하고.


깔끔하고 깨끗하기를 바라는거,
언제나 내 방이 호텔방처럼 깨끗하기를 바라는 거.
알잖아,
나 청소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성격 아닌 거.
하지도 않을 청소,
안 한다고 죄책감 갖지 말고, 
편해지자.



나 자신이 지금 갖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은 좋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이 점은 앞으로 이렇게 하도록 하자.




하지만
'왜 안 이래'
'너 왜 이래'
라는 식으로 나 자신을 비난하지는 말자.
비난이 나를 그 모습으로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

나를 바꿔주고 변화시켜주는 것은
바꾸고 변화하려는 노력밖에는 없다.
비난은 동기도 동력도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변화를 지체시키는 요인이 되며
건강하지 못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지금의 내 모습, 모든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완벽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
나는 완벽할 필요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완벽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지금 그대로,
나일 뿐이다.








쉬는 날에는 
밀린 일을 하는 대신
밀린 피로를 풀 수밖에 없는 아이.

- 게으른 게 아니야. 피곤한 거지.
휴식이 필요한 거야.



여름 옷 빨 게 잔뜩 쌓여있지만,
일하고, 동아리 연습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오면 
옷 하나 빨 기력이 없어
그냥 잠 드는 아이.

- 의지박약이 아니야. 힘든 거지.


청소를 해야 하지만,
피곤하면 그냥 자는 아이.

- 더러운 게 아니야. 자고 싶은 거지.


내 방 정리는 가끔 하는 아이.

- 지저분한 게 아니야. 그다지 더럽지도 않아, 그리고.






동아리 연습을 열심히 안 하는 아이
친구가 별로 없는 아이
꾸미지 않으면 못 생긴 아이
살이 찐 아이
살 뺄 의지가 없는 아이
놀 줄 모르는 아이
자신감이 없는 아이
드라마나 보는 아이
돈이 없는 아이
휴학하고 하는 것이 없는 아이
명확한 목표도 없이 휴학한 아이
인생이 단조롭고 재미없는 아이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아이
성격이 매력 없는 아이


내가 지금 나에게 갖고 있는 인식이다.
물론 여기에 파묻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분은 아주 좋은데,
그저 저런 생각들은 내 습관일 뿐이다.
내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바이러스들.

한동안 바이러스 검사를 소홀히 했더니
또 쌓여 버렸다.


치료해볼까.
안철수가 그러는데
바이러스 치료의 개념은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프로그램 순서 같은 걸
다시 원래대로 맞춰놓는 게 치료라고 했다.

그럼 나 역시 
자존감 바이러스들이 왜곡해 놓은 나의 사고를
바로 잡으면 되겠지.




1. 동아리 연습을 열심히 안 하는 아이

학교를 휴학하고, 학교와 끈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은 계속 하고 있다.
이제 곧 공연이라 연습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열심히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딱히 공연 자체에 흥미와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 속에 있을 공간이 필요해서
거기 있는 거지.

확실히 나한테 도움이 되기는 한다.
아마 동아리 활동을 안 했으면 
나는 더더욱 가라앉았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일주일에 몇 번씩
학교에도 가고,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연습하면서 몸도 움직이고 하니까,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활동이라서
완전히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은데,
거기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이 죄책감이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하고.

회의시간에도 목소리가 크지 못하고
연습 때도 내가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당당하게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이런 점이 불편하고
동아리 연습을 하고 나면 뭔가 혼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동아리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할 것 같다.


: 물론 지금 내가 동아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은 맞다.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 맞다. 단체 연습에는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따로 개인 연습을 하지도 않고, 외부 공연에도 거의 나가지 않는다.
최소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명심할 것은,
내가 지금 이 동아리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매사에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엔 내가 무책임하고 노력할 줄 모르는 아이로 비춰질까봐,
불안한 건데,

사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는 못 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보여준 활동들에 대한 집중도와 노력도를 보면
내가 게으르거나 무책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이번 동아리 같은 경우는
이상하게 정도 붙지 않고 연습도 재미가 없어서,
조금 소홀해질 뿐이다.

사람이 악기 자체와 그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없을 수는 있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것을 하기 싫어할 수도 있는 거니까.
정기 연습 꼬박꼬박 챙겨나가고, 늦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동아리 구성원들도 보면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악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악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활동 모두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동아리에 그다지 흥미가 없을 뿐이다.

이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사람들이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
열심히 안 하면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그리고 신경 쓰지 말기.

2) 더 열심히 하든지.



둘 다 나쁜 방법은 아니다.
2번째가 더 생산적이기는 하겠지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고
1번째 역시 나쁘지는 않고, 에너지도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선택해봐야겠다.



2. 친구가 별로 없는 아이
3. 꾸미지 않으면 못 생긴 아이
4. 살이 찐 아이
5. 살 뺄 의지가 없는 아이
6. 놀 줄 모르는 아이
7. 자신감이 없는 아이
8. 드라마나 보는 아이
9. 돈이 없는 아이
10. 휴학하고 하는 것이 없는 아이
11. 명확한 목표도 없이 휴학한 아이
12. 인생이 단조롭고 재미없는 아이
13.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아이
14. 성격이 매력 없는 아이


나머지도 차근차근 정리하지, 뭐.
아, 아마도 상황이 정리해주는 걸 지도 모른다.
생각 정리는 한 번 해두고, 

상황을 꾸미는 데 노력하는 편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는 점.
명심해, 하나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