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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힘든 이유, 힘들지 않을 방법.   trois.
조회: 2992 , 2013-11-17 20:05



나는 솔직히 지금 행복하지 않다.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미완성인 것 같고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아마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궁금해진다.
왜 성폭행을 당하면 힘든 걸까? 
이 질문 자체가 이상한 질문인가? 
당연히 힘든 건가? 

힘든 이유를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인가? 
하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어째서 힘든 걸까, 
안 힘들려고 생각을 고쳐먹는데도
어째서 자꾸만 구덩이에 빠지는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싶기는 하다.

아니면 내가 힘든 걸 다 그 핑계를 대고 있어서 그런가.
이것 때문에 힘들고 저것 때문에 힘들고
진짜 이유가 있는 건데,
힘들기만 하면 무조건 성폭력이라는 걸
들이대서 그런가.




아무튼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그냥,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자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이상
주저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

그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모으면서
최선을 다하자.




.
.


아무것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지금,
내 앞에 뭐가 있는지
잘 살고 있는 건지
행복해질 수 있을 지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게 다라고.

그리고 저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어차피 내 일상은 여기에서 고꾸라지지 않는다.
내가 머리 속으로 무슨 고민을 하든
나는 살던대로 산다.

하던 대로 내일 아침이면 출근을 할 것이고
일이 끝나면 동아리를 하러 갈 것이다.
새로운 선택이 있지 않는 이상 내 일상은 지금과 같을 것이며 

사람이 무섭다고 하지만 
어차피 나는 사람을 계속 만날 것이다.
흔들리면서.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살자.



.
.



내가 지금 불안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것은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나 하나 해 나가면 된다.
미리 정리해 놓을 것도 없다.
지금 당장 닥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멀리 보지 말자.
제발 내 앞에 있는 것부터 보자.

어차피 계획을 세워봤자,
시작은 한 걸음부터다.
한 걸음,
다음 한 걸음만을 생각하자.

그러면 



살아질 것이다.





내가 나 자신과 약속한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생각 줄이기.
덕분에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 머리 속에는 한 순간도 생각이 멈추지 않았었는데
이제 되도록이면 머리 속으로만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면 
바로바로 글로 쏟아내버린다.
한 번 한 생각을 반복하지도 않는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정신 건강에 좋은 방법이다.

책도 당분간은 읽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책을 읽었고,
아직 소화되지 않은 지식들이 많다.
책을 읽은 지는 굉장히 오래 되었다.
만화책, 판타지 소설, 인터넷 소설을 읽던 시기를 빼고 보더라도
얼추 10년 동안은 매일 같이 책을 읽은 것 같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이상한 일이었다.
양치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게 책 읽는 일이었다.
내 정신 세계, 도덕 관념 같은 모든 것들은
책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 정의, 사랑,
긍정적인 모든 것들이 책으로부터 왔다.
그래서 나는 책에게 감사하다.

만약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떻게 정신을 잃지 않고,
길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왔을 지 
확신할 수 없다.

책 덕분에 나는 고꾸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얻은 그 모든 것들을
일상, 현실에 녹여내야 한다.
책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당분간 책이나 글은 읽지 않기로 했다.
물론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은 제외하고.
철학이나 깨달음을 주는 종류의 책,
에세이나 소설, 같은 것들을 당분간 멀리 하기로.



.
.




그리고 이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경험에 대한 문제를 풀고 가려는 것,

아버지를 고소하고
어머니와의 해묵은 오해를 푸는 것,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로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나에게 중요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이 문제에 매달리는 것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나에 관해서만큼은 나는 나를 믿는다.
내 선택은 옳을 것이다.
적어도 남의 선택보다는.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게 필요한 일에 집중할 것이다.
누군가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비난해도 상관 없다.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찾으라고 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정치적인 일이라는,
그 누군가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내가 나 자신의 인권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서
남의 인권을 위해 싸운다는 것은 어폐다.

내 가족과의 오해도 풀지 못하면서
다른 가족들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는 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그 길이 답답하고 불안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나는 꿈을 이룰 것이다.

지금껏 이룬 꿈들이 허다하다.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다는 것도
지난 어느 날의 내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과 어울린다.
동아리에 들어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이건 내가 이룬 꿈이다.


상담소에 찾아가고 싶다는 것도
그 어느 날의 나에게는
백 번이 넘는 망설임이었다.

그런데,
나는 결국에는 성공했고,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게 느껴진다면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한 번 돌아보자.
내가 지금껏 어떤 일들을 해내왔는지.



앞으로 갈 길 만큼
나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내가 그 길들을 다 걸어왔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은빈   13.11.18

분명 그 꿈 이루어질거에요 화이팅!!

李하나   13.11.19

마음이 따뜻한 은빈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