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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성폭력 후유증 Report 2(2013.12.29)   치유일지
조회: 1104 , 2013-12-29 16:35






성폭력 후유증 List (내가 해당되는 것만)












1. 성폭력은 자존감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스스로를 이렇게 느낀다.


 


· 희생자처럼 무기력하다.


·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 내면 깊숙한 곳에서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


 


2) 어떤 생존자들은 이렇다.





· 자신을 미워한다.


· 움직이기 싫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3) 종종 생존자들은 이런 점에서 힘들어한다.





·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 기분이 좋지 않다.


·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지 못한다.


· 자신의 삶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2. 성폭력은 감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생존자들이 자주 어려워하는 것은





·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 감정 표현하기가 어렵다.





2) 많은 생존자들은 이런 감정을 가진다.





· 다른 사람과의 연결 고리가 끊겨서 혼자 떨어져 외롭다.


 





3. 성폭력은 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이런 것을 힘들어 한다.





· 자신의 몸 안에 온전히 존재하기 어렵다.





2) 어떤 생존자들은 이런 것을 힘들어한다.





· 때로 몸에서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 춤이나 운동, 하이킹 같은 신체적 활동이 전혀 즐겁지 않다.


· 위험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4. 성폭력은 친밀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 상대를 배려하거나 상대의 배려 받기가 어렵다.


 


2) 많은 생존자들은 이렇게 느낀다.





· 다른 사람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3) 어떤 생존자들은 이런 것을 힘들어한다.





· 누군가가 가까워지려고 하면 견제하고 긴장하거나 공황상태에 빠진다.


· 사람들이 자신을 떠날거라고 생각한다.








5. 성폭력은 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





· 성적 욕구가 아닌 다른 욕구를 성행위로 충족시킨다.


· 성행위를 피하거나 원치 않는 성행위를 추구한다.


· 그들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성적인 데 있다고 여긴다.


· 자신이 성행위를 원하는 지 아닌 지 잘 모른다.


· 안전하려면 성행위에 관하여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성행위를 하는 동안 성폭력 당시의 상황이 떠오르는 플래시백을 경험한다.





2) 생존자들은 종종 이런 일을 힘들어한다.





· 원치 않는 성행위를 싫다고 말하는 것


· 성적이지 않은 보살핌이나 친밀함을 받아들이기


· 정서적으로 친밀하면서 동시에 성적인 관계 만들기








6. 성폭력은 가족관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경험한다





· 가족들과 있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 가족이 완전히 낯설거나 고립된 느낌이 든다.





2) 성폭력이 발생하는 가정의 구성원들은 이런 경향이 있다.





· 성폭력에 대하여 함구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 친족성폭력이 부정되거나 축소된다.


· 생존자들은 "용서하고 잊어라"나 "과거를 묻어라"라는 말을 듣는다.


· 가해자의 욕구가 생존자의 욕구보다 우선시된다.


· 생존자들은 가족의 희생양이 된다. 모든 가족 문제가 그녀의 탓으로 돌려진다.











List 출처_ 아주 특별한 용기(엘렌 베스, 로라 데이비스)


→ 반년 전 61개였던 해당사항이 지금은 14개 줄어 47개.


→ 47개였던 것이 10개 줄어 37개.





.


.











자존감, 감정, 친밀성과 성(性)에 관련된 부분은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


많이 호전되었고,


특히 '관계'의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나는 완전히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외향적인 듯 하면서도


내향적인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분명히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라나면서 내향적인 면이 강해졌고


지금은 확실히 내향적이 성향이 강하다.





그렇다고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소심한 것도 아니다.


단지 경계심이 많고


나의 내면에 관심이 많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에게 호감을 가지며


내가 원한다면 나는 사람들과 얼마든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사랑받고 사랑할 수도 있다.


물론 성적으로 끌린다면 얼마든지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결혼도 할 수 있고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도 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나 분야가 있다면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정신 없게 사는 것은


나를 다소 피곤하게 만든다.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외로움과 직결되며


외롭다는 것은 나를 공허하게 만들고


공허하게 되면 나는 인생에 회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히 조절한다면


나는 충분히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다.





나는 뛰어나게 예쁜 편은 아니지만


꾸민다면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고


나 같은 취향을 좋아하는 남자가


내 외모를 보고 마음에 들어할 정도는 된다.


물론 지금은 게을러서 살이 붙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몸의 비율이 좋은 편이며


다리가 길고 건강미가 있다.





글을 잘 쓰며


언어적 재능이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서


추진력도 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줄 안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과 능력을 소중히 하는 리더십적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서


적극적이고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대신


속으로 불만을 품거나 짜증스러운 표현을 하는 단점이 있다.


이는 현장에서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은 그 무엇이든 하지 못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관계는


절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것은


나에게 지나친 피로다.


청소를 싫어하고


사람들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벽을 치기도 한다.


외모를 조금만 못 꾸미게 되면 자존감이 급추락한다.


내가 그 단체의 중심이 아니게 되면


흥미를 잃는다.





중요한 일이라도


내가 하기 싫으면 그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가슴이 작고


피부가 썩 좋지 못하다.








.


.











나라는 인간에 대한 나의 총평이다.


이런 저런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는


그저 그런 인간.


성폭력이 앞으로 나를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 시기를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 있는 깊이가


깊을 때도 있고 얕을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 성폭력이라는 것은





내 어린 시절에 있었던


비중 큰 충격적 일임에는 맞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 되었으면


이제 내가 할 일은


'관계'들에 대한 노력이다.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는 한층 개선되었다.


사실 그동안은 나 자신조차도 나의 편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들려왔던 목소리들이 내면화되어


나까지도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괴롭다고 고개를 들고 올라오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기다려봐, 지금 나 바쁜 일 하고 있잖아'


라고 하기 일쑤였고,





'조용히 해,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끄집어내줄 테니까'


'지금 그게 중요해?'


라는 등,


엄마가 나에게 하는 말,


아빠가 나에게 했던 말과 다를 바 없는 말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나 조차도 내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벽하게 내 편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만은 완전한 내 편이 되려고.


사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내면화된 가해자 논리, 방관자들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건


내적 작동 모델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미 몸에 밴 습관적 행동을 개선시키는 것은


의지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행동을 습관화시키는 것이라고.





마찬가지다.











'내가 반항하지 못했어.'


라는 외부의 메세지가 내적 작동 모델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 모터를 뱅뱅 돌려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런 생각 하지 마!'


라고 정지시키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지언정,


어차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재작동되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새로운 내적 작동 모델을 얻는 것이고


이 내적 작동 모델을 얻기 위해서는


처음의 내적 작동 모델을 얻었던 그 방법 그대로 하면 된다.





바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리고 충격적으로


그 말을 들으면 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을 외부로부터 계속적으로 들으면 된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했다.


엄마로부터 충격적이고, 계속적으로 그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반복되었던 그 말은


어느새 내면화되어


나의 생각으로 자리 잡았다.


나 스스로도 나를 못 생겼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상과 반복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나 스스로를 다시 내면화시키는 것,


재사회화시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반복적 내면화를 지속시키고 있는 기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들어져 나온 상품을 나중에 수정하는 수고는


참으로 번거롭다.


상품을 수정하고 싶다면


기계 구조를 수정하면 된다.


그러면 앞으로 찍혀 나오는 상품은


모두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구조'의 변화.


구조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내가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계속해서 받는 메세지는


'과거는 잊고 살아라'이다.


물론 엄마는 과거에 한 번 그 말을 했을 뿐


요새는 한 번도 그 말을 나에게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참 성능이 좋아서


엄마를 보기만 하면 그 기억을 다시 틀어버리고


그 메세지는 다시 나에게 내면화되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을 들으면 불쾌하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버지로부터 계속 받는 메세지는


'그까짓 일로 웬 소란이야'이다.


내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말했을 때


그가 보였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떠올릴 때마다


계속해서 그 메세지를 받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으로 놓고 보자면


그들은 아직까지도 속으로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전혀 그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 때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 지언정


지금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의 기억 system을 돌려서


내가 지금까지도 매일 같이 그 말을 들으면서 살게 만들고 있다.





하지 않은 말을 듣지는 말자.


그들의 생각을 구체화시켜서


마치 내가 방금 들은 것처럼 간주하지는 말자는 말이다.





내가 생각할 때마다


그 사람들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


.











아주 특별한 용기라는 책에는


'드러내기와 진실 말하기'라는 부분이 있다.


가해자와 직면하는 부분이다.


나도 이 부분을 하고 싶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이다.


물론 오래 전부터 꿈 꿔왔던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일에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감정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일이 나를 위한 치유의 한 과정이 되게 하기 위해서


철처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어머니와의 대화나 아버지와의 직면,


그리고 고소 같은 것들을 미뤄왔던 것도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질질 끄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질질 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찬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심장에서 먼 곳부터 물을 묻혀가면서


서서히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준비 운동도 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은 겁이 많아 그러는 것은 아니다.


몸을 준비 시켜 충격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나의 언어를 찾고 싶었다.


나 먼저 이 일과 관련된 나의 입장을 바로잡고 싶었다.


내가 도망가지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아버지와 대면하고 싶지도 않았고


법 앞에 서고 싶지도 않았다.





나 먼저 바로 세우고 싶었다.


이제 어느 정도 바로 세워지고 있고,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싶다.























새로운 내면화,


일상과 반복의 원칙을 이용한


새로운 내적 작동 모델 형성.





이를 통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개선,


나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미지 구축.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습득.











그리고 이것들을 이뤄줄


'솔직함', '표현', '노출'.


더욱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 상담 시간에 신변 잡기보다는 성폭력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듣는 시간을 늘린다.


2. 내가 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하나 뿐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으며


의견을 묻는다.


3. 작은 말하기에 나가서 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거나 듣는 절대 시간을 늘린다. (노출)


4. 성폭력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한다. (노출)


5. 내가 쓴 일기들을 상담사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 때 주변 사람들은 충분히 믿을 만 하고 이 일과 관련된 기초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











.


.








불에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적극적이 되어볼까.


어쨌든


할 수 있는 것은 해놓고 가야


후회가 없는 법이니까.





안 하고 넘어가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찜찜-하니까.








몸과 관련된 부분도.


어쨌든 나는 신체 활동을 좋아하면서도


신체 활동이 불안하다.


몸을 놀리는 것이 불안하다고 해야 하나.





우연히라도 운동을 하게 되는 기회가 있으면


정말 재미있게 하는데


정작 운동을 하기까지가 힘들다.


자발적으로 찾게 되지는 않는다.





오래 전부터 이런 것들 때문에


신체를 노출시키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런 것들도 다 해보아야겠다.











수영,


번지 점프


스카이 다이빙


패러 글라이딩


리프팅




등등.





발을 땅에서 뗄 수 있는 거면 뭐든지.


그리고 돈은 되도록 몸 쓰는 일로 벌기.








.


.








여기에 골몰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억지로가 아니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고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태양을 찾아오는 귀신들처럼


두고두고 나를 쫓아다닐 게 번하니까





빨리 들어주고 성불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