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820 , 2014-02-12 21:22 |
20130420 시점을 이후로 내 인생은 260정도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팀내 팀장의 퇴사로, 더 정확하게 말하면 권고 사직으로
연차 순번이 높았던 내가 팀장을 "떠맡게" 되었었다.
그전까지 나는 밑에 연차에서 팀장을 서브하며
그냥 착실한 일반 사원으로 평생근무하다 퇴직하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려고만 생각했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능력도 없는 것 같고, 하기도 싫은, 그런 자리였다.
특히나 우리 병원에서의 팀장이라는 역할은, 일은 일대로 많고 돈은 돈대로 적고 스트레스는 정말 많은, 그런- 하긴 모든 회사의 직책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디에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떠맡게"된 직책. 그리고 직책에 부여되는 업무들. 특히나 작년엔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 및 엠비씨와 함께 하는 정신건강강좌도 도맡아 해야했기에 더 없이 직책들과 일들이 무척이나 스트레스였다...
많이도 울었고, 많이도 또 울었다.
매일 매일 우는게 반복이였고. 매일 매일 야근이 반복이었다.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다 생각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더 좋은 사람이 지금의 내 자리에 앉았으면 좋겠다.
내 기꺼이 자리 내어드리고 더 배울테니, 이 자리만은 난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난 쉽게 관둘 수도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인 것을,
난 쉽게 그만 둘 수 없었다.
무책임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였고,
내가 나가게 됨으로써 겪는 팀내 팀원들의 혼란과 팀이미지가 불보듯 뻔하기에.
어떻게 이루어온, 역경의 시간들이었는데, 그 시간속에서 4년이란 시간을 이 병원과 함께 했는데,
그리고 이 연차에 어디 받아주는 곳도 없다.
억지로 억지로 꾸역 꾸역 나는 일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고,
나의 자아(ego)에 자꾸만 자꾸만 상처만 주고 있었다.
많이도 매달려 봤다.
병원 고위간부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새로운 팀장 뽑아달라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매달려봤지만,
어림없었고, 오히려 돌아오는 소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것이였다.
답답했다.
어린나이에 과한 직책에 대한 부담감.
팀내 직원이 말하길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버텨라"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왕관이고 나발이고 다 싫었다.
누군가는 이러한 내 상황을 들으면, 부러워하기도 했고, 배아파 하기도 했고, 무슨 걱정이냐고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건, 그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쉽게 단정지어 이야기 할 수 없다.
내가 겪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저녁에 바리움을 입에 털어놓는 그 고통을 니들이 아는건 아니지 않는가.
작년 4월 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흘러왔다.
내 연차는 5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지난주 토요일에는 전문요원 1급 승급시험을 치루었다.
오늘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합격'
그래,
합격했다.
명절도 없이 퇴근도 없이 나머지 공부하면서 결국 '합격'이다.
기쁘냐고?
행복하냐고?
정말 개뿔이다.
눈물난다.
아는 것하나 없이 시간만 보내서.
그냥 나한테 끊임없이 미안하다.
나를 돌봐주지 못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해서.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친구나 가족 직원 뭐 기타 등등에 미안한게 아니라.
나는 나한테 제일 미안하다. 지금.
그래서,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눈물이 난다.
이렇게 계속 사는 삶이 맞는 건가 싶다.
볼빨간
14.02.15
이런 일이 있었군요... 고생했어요 토닥토닥 잘 견뎌 와줘서 고마워요 미는 것도 삶이지만 밀리는 것도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고 싶었어요 |
프러시안블루_Opened
14.02.15
어떤 사람은 조직을 관리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끄는 일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반면, |
誤發彈
14.02.16
하는일과 보수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아닌가 싶네요. 물론 팀장의 보수를 두배로 올려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것입니다. 다만 보수가 적당하면 회사도 떳떳하고 당사자도 스스로 합리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