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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레
 RE: 조언이 필요합니다   공개
조회: 3342 , 2014-05-04 01:52

소중한 우리 미존님



저도 님을 이렇게 부르고 싶어요. Jo님처럼.



님의 이 글과 이전 일기들을 읽고 느낀 것들을 얘기해볼게요님이 일기에 쓴 이런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봐도 그동안 님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조금은 짐작이 가요.



님이 알려준 제한된 정보를 통해 단순히 내가 느낀 점들이니까 님이 실제 느끼는 것과는 꽤 다를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건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님이 어떻게 읽혀질 수 있는가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에요. 이런 정보는 님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자신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구요.



어렸을 때부터 주로 혼자 노는 조용한 성격이고, 집에서도 공부를 아주
잘하는 동생 때문에 위축되고 부모님의 관심도 덜 받고 자라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고 형으로서 자존심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요
거기다 그간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 보여요.



그로 인해 마음 속에 불안, 공포,
고립감, 배신감, 모멸감, 불신,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들과 에너지가 상당히 오랜 시간 깊이
쌓인 것 같구요.



오랜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리던 어느 날,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던 님은 급기야 죽기 살기로 맞서서 그 상대를 죽일 듯 대항했겠지요
. 그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거구요
. 그때껏 님을 얕보고 무시로 괴롭히던 상대의 눈에서 처음으로 공포를 읽었던 것 같아요.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아이들 역시 님의 살기등등한 모습에서 몹시 두려움을 느끼고 이후로 님을 멀리했겠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끔찍한 또래폭력에서 놓여난 건 안타깝지만 일면 다행한 일이에요.
학교도 수수방관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되고 위험한 상황에서 그건 본능에 가까운 일종의 자기방어였구요. 님은 그때 이후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러한 대처법--위기의
순간 살기를 드러내 상대로 하여금 생명의 위협과 공포을 느끼게 하는
--을 자신의 생존전략으로 삼은 것
같아요
.



그러니 "살의와 그것에 대한 나의 두려움의 즐김"이라는 표현은 정황상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생존전략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는 효과가 크겠지요. 죽기로
혹은 죽일 듯이 덤비는 사람을 피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 하지만 말 그대로 "위기모면의 효과" 뿐이에요. 그 순간이 지나고 여전히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런 대처법은 여러 해악을 가져오는 치명적인 전략이라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온건한 대처법을 찾는 편이죠
.



어떤 해악들이냐구요? 먼저, 님을
두려워하고 멀리하는 아이들이 님이 강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요. 더 이상 의지할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서로를 다 파멸시킬
수도 있는
)을 빼들잖아요? 그런 모습은 분명 살기와 아울러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무력함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 드러내고 마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인관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고립은 더 심해지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니까요.



학교 아이들의 성격이나 특성을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이 있고, 그 노트에는
사람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했지요
. 위에 얘기한 대로 님은 내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에너지로 인해 대인 관계와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많은 상태인 것 같아요
.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불안
, 고립감과 분노는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소통을 가로막는 심각한 요인이지요.



관심의 대상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은 하는데 그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는 건 님의 마음 속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들에게 그대로 투사
, 즉 덧씌우고 있다는 걸 뜻해요. 다시
말해 내 속에 있는 걸 그들을 통해 읽고 있는 거지요
. 더더욱 관계 형성과 소통은 어려워지겠지요. 님 자신도 친구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해하고 있잖아요.



님의 일기를 통해 본 님은 지적이고 명석한 사람이에요. 감정도 섬세한데
상처가 많아 고통받고 있구요
. 남을 해할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쌓여있는 불안과 분노의 에너지를 어떻게 분출하고 해소해야할지 몰라 힘들어하고 있는 듯 해요
. 상담이나
스스로 공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해드려요
. 게임이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책이기는 하지만 일시적일 뿐 아니라 다른 해악이 많다는 건 아시죠
? 그보다는 심리치유 에세이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 그리고 가능하면 상담도 받는게 좋겠구요.



님은 미쳐가는 존재가 아니에요. 고통스럽지만 살기 위해 길을 찾고
있는 소중한 존재지요
. 스스로 돕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마세요. 그것보다
위대한 건 없답니다
. 이런 조언을 구하는 일기도 훌륭하고 멋진 시도예요

나도 고등학생인 딸과 아들이 있는 엄마예요.

미존님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진정 아름다운 존재가 되리라 믿어요.

  14.05.04

오...티아레님
그저 저는 놀라고 있어요^^

프러시안블루   14.05.04

미존=미친 존재감

티아레   14.05.05

으음~ 그렇네.. 감각 있다니까^^

두등어   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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