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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덕회
 국제시장   2015
조회: 2257 , 2015-01-03 15:51

덕수처럼 
'자기 집'에서
자식들과 손주들이 오손도손 
모두 모여 웃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능력자' 노인이 몇이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실...

그렇게 몸바쳐 목숨바쳐 지켜온 나라가
수많은 '덕수'들과 '영자'들에게 
어떤 '위로'와 '보상'을 해줬던가...
정작 그렇게 지킨 나라는 엉뚱한 존재들에게
대부분의 이익을 몰아주고 키워주면서
'덕수'들에겐 '착각'과 '환상'만 쥐어주지 않았나.. 

"내가 '가정'을 지키듯 이 '나라'를 지켜왔다..."
"국가가 나를 충분히 위로해줬다..."

이 영화는 그런 '착각과 환상'을
강하게 두둔해주는 모양새.

윤제균감독의 필살기인
'제대로 신파로 사람 울리기'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세련되어지고
황정민의 죽여주는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결국 눈물샘을 구타당하고 말지만...
(나 완전 질질...ㅠㅠ)

영화적 완성도는
레퍼런스였던 '포레스트 검프'보다는 헐겁다.

무엇보다 이 '공적인 매체'를 통해
이 땅의 '덕수들'에게 던지는 '개인적인 위로'가
닥치고 '해피엔딩' 판타지와 상관없이
이 영화의 '쓰임새'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그게 감독이 의도했든 아니든...
말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
정말 고생 많으셨고
그 분들의 청춘을 보며 짠함을 감출수 없다.

그리고 그 분들의 
'고집'이 '공포'에서 비롯되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에도
'이용'당할 소지가 커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마저도 다음 세대가 
헤쳐 가야 할 숙제.




向月   15.01.03

끄덕끄덕. 그사람과 보면서, 했던 얘기들이 다시 생각나네요.
아버지란 이름이 그러하다고.^^
개인적으로 황정민- 제일 좋아하는 배우라,풉
고집과 그 괴팍하고 무뚝뚝한, 툭 튀어나오는 욕설 섞인 말투에서-
저의 아버지도 보고, 또 할아버지도 뵈었네요. ^^

무아덕회   15.01.04

지금 토토가에 열광하는 30~40대를 바라보는 10대들도 '아, 그랬겠구나' 하며 희미하게 이해하는....그런 측면에서 비슷할 수도....ㅎㅎ

프러시안블루   15.01.04

저는 윤제균 영화가 불편해요..
"이래도 감동안할래"라는 협박이 불편한거겠죠.
필모그래피를 보니 "깡패같은 내 애인"이 그나마 내 취향인데 감독의 재능이라기보단 정유미와 박중훈의 개성에 힘입은듯.

무아덕회   15.01.04

저도 윤제균의 화법은 지루하고 유치하고, 심지어 싫어합니다. ㅎ 하지만, 흔히 막 말하는대로 '쓰레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의 '세계관'과 '화법'이 성기고 밀도 낮아서 별로 영양가는 없지만, 작품마다 의외로 괜찮은 구석 꼭 한군데씩은 품고 있는 감독입니다. 이번 '국제시장'에서 제가 울었던 포인트는, 엄밀히 말해서 이 영화속에 나열된 장면들 때문은 아닙니다. 이 영화가 깔고 있는 '배경'이,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이나 어떤 가치를 일깨우도록 기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정한 장면에서 울었던 것은, 이산가족 찾기 시퀀스에서 미국으로 입양간 여동생이 기억을 더듬으며 어눌한 한국말로, '여기는 운동장이 아니다. 놀러 나온게 아니다'라는 어릴적 오빠의 말을 되뇌일 때 뿐. 나머지는 바로 이 영화의 '배경'과 제 개인적 기억속 우리 부모님의 '사진(기억)'을 '편집'하면서 눈물났던것입니다. 마치, 초등학생 조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문득 오래전 봤던 '에드워드 하퍼'의 어떤 그림이 떠올라 멍하니 보는 것 처럼... 이건 조카의 그림때문에 감동받긴 했지만, 조카의 그림에 반한 건 아니지요. 바로 이런 것이죠. 윤제균은 대중의 기억속에서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어떤 공통적인 '포인트'를 '끄집어내는' 귀신같은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기획자'로서는 대단히 경쟁력있는 능력입니다. 다만, 그 기획을 자기 솜씨로, 자신의 작품 '완성도'로 반할만큼 빚어낸다면 참 좋은 감독이겠지만, 아직까진 '기획자'로서의 능력만 더 큰 감독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ㅎㅎ 너무 길게 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