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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냥
조회: 360 , 2024-04-29 01:02
몇 움큼 삼킨 미움이 세상을 덮었을 때
불현듯 쫓기는 꿈에서 달아나듯 잠에서 깨어
단지 꿈이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는 나를 보며
삶에 대한 애착이 조금은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끊임없이 갈망했기 때문이었을까
밥은 먹었냐고 묻는 아버지의 대가 없는 안부처럼,
혹여나 일에 방해될까 수십 번은 고민하다 전화했을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처럼
어떤 빌미가 있어서가 아닌,
명분이 있어서가 아닌,
그 자체로 머물러줬기에
불행이 잠시나마 걷혔나 보다

안도의 숨
그래 잠깐이면 되지
다시 금세 앗아간대도
난 아마 삶을 놓지 못할 것 같다

잔인하다고만 생각했던
인생의 적나라한 민낯을 마주한 사람이
살아내는 방식과 풀이가
끔찍하다 할지언정
삶을 사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인데
삶을 마주하는 법에 대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으니
차라리 모른 채로
아니 알면서도 그런 채로,
살아냈다

위태로운 연속을 누군가 안쓰럽다고 여긴다면
그것 역시 그런 채로,
살아냈다

누군가 내게
흉이 진 채 착색된 세상 속에 차디찬 어항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또 오늘 눈에 담은 세상은 어땠는지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고이지 않고 일렁이는 파도처럼
머물다가 사라져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저 어떤 내일이 밀려와도
깊이 잠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무렴 거창할 것 없는 삶에 대한 애착인가 보다.

답은 모르지만
애써 부정하지 말고,
쓰라린 채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