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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이
 〃""나의 비밀 노트! i!""〃 아나스타샤의 사춘기   미정
조회: 3004 , 2003-03-07 21:12
"으……음."
아나스타샤 크루프닉은 가냘픈 소리를 내며
스니커를 신은 발로 긴 의자를 걷어찼다. 아나스타샤는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우울병에 걸린 것이다. 너무나우울해서 아까부터 생각나는 대로 죽는
장면을 혼자서 연출하고 있는 중입니다.
먼저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베스.
――― 가녀린 기침을 몇 번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 친절한 언니들."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줄리엣.
――― 독을 꿀꺽 마시지만 지독한 맛이었겠지. 얼굴을 찡그리고 이윽고 서글픈 듯이 말한다.
"로미오, 뜻대로 안되었죠 ? "
"샤롯의 선물"에 나오는 샤롯
―――이별의 말은 없다. 거미는 말을 못 하니까. 하지만 잠시 몸부리믕ㄹ 친다. 거미가 죽을 때는 아마
몸부림을 칠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누워서 8개의 다리를 전부―――6개 였나 ?
잘 모르겠군.――― 경직시킨다. 다리가 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장면을 연출하자니 큰일이다.
내가 거실 바닥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아빠와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아나스타샤는 혼자서 생각한다. 엄마도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틀림없다.
"어머나, 이게 뭐지 ? 어제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아나스타샤는 또다시 신음소리르 냈다.
"으……음."
가냘프게, 하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큰 소리로.
그래도 아무 반응도 없다. 관객도 없는 곳에서 혼자 죽는 장면을
연출해 보았자 아무 재미도 없다.
"으……음."
아나스타샤는 기가 막히게 멋진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엄마가 한손에 고무 장갑을 끼고 방 입구에 나타났다.
"불렀니 ? 누군가가 '잇잖아 !' 하고 말한 것 같은데."
엄마가 큰 소리로 물었다.
"세상에, 신음소리였는데, 신음소리라는 걸 들으면 몰라요 ? "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다시 한번 해 봐"
"으……음."
아나스타샤는 다시 한번 신음소리를 내, 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저는 곧 죽어요. 코브라에게 가슴을 물렸거든요."
"그 코브라는 실망이 크겠구나. 그렇게 절면 가슴이니."
"엄마 ! "
아나스타샤는 벌떡 일어나서 엄마를 향해 쿠션을 던졌다.
"미안하다, 아픈 데를 찔러서. 하지만 말야, 말이 나온 김에 하겠는데 그
신음소리 이상하지 않니? 소리를 낼 때 으……음 하는 소리는 낼 수가 없잖아. 이렇게
하는 거 아니니 ? 으으으……"
"어머, 그거 좋은데 ?"
"해 봐."
"으으으…… 으으으……."
"어머, 그거 좋은데 ?"
"괜찮은데 ? 그 소리가 들리면 금방 달려올 거야. 다시 한번 해봐.
좀더 큰 소리로."
"으으…… 으으으…… 으으……."
"멋져. 커피를 가져올 테니까 좀 기다려. 그러고 나서 왜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지 들어 봐야겠으니까."
아나스타샤는 엄마를 따라 부엌으로 가서 자기 컵에 주스를 따랐다.
"그래, 문제가 뭐니 ? "
엄마가 커피를 저으면서 물었다.
"굉장한 우울병."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그런 것 같구나. 원인은 뭐니 ? "
아나스타샤는 주스를 마시면서 말했다.
"심심하고 가난한 것. 굉장히 가난한 것."
"그 문제라면 나도 할 말이 있지."
엄마가 말했다
"적어도 가난한 것에 대해서는 말이야. 아빠도 엄마도 여태까지
돈과는 인연이 없었단다. 앞으로도 없을 거야. 영문학 교수란 돈과는 인연이 먼 것이고,
아빠는 계속 영문학 교수로 지내실 거야. 아빠는 그게 좋다고 하시니까. 그리고 나도
계속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거야.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거야.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림도 돈과는
관계가 멀어."
"엄마는 참 ! 내가 말하는 가난은 그런 가난과는 달라요."
아나스타샤는 뾰로통하여 말했다.
"용돈이 일 주일에 2달러밖에 안 돼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열두 살 된 아이의 가난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코브라로 자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요.코브라를 살 수가없으니까.
"그래, 그 문제에 대해서도 말 좀 해 봐. 난 심심했던 기억이 없거든.
또 네가 심심해하며 투정부리는 것을 들은 기억도 없고, 지난 주에도 할 일이
태산처럼 많다면서 들락날락 수선을 부렸잖아. 매일같이 테니스하랴, 자전거로 어디론가
가 버리고, 정작 빨래 좀 시키려고 해도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 늘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계속
눈에 띄네.'안녕이여, 차가운 세상아 ! ' 하면서 뒹굴고 있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
"원인은 스티브 하베이."
아나스타샤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 마을에서 아는 유일한 사람. 나이가 비슷한 또래에서 말하자면 유일한 사람. 그리고
내 테니스 파트너.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 얄밉지만 단 하나뿐인 친구."
"나도 누나 친구야."
그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샘이 끈이 풀린 구두를 끌고 터덜터덜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의자로 기어 올라왔다.
"나도 주스가 먹고 싶어. 친구인 아나스타샤 누나가 따라 줬으면 좋겠는데."
"아이고, 참 ! "
아나스타샤는 피에로가 그려져 있는 샘의 플라스틱 컵에 주스를 따라 주었다.
"흘리면 안 돼."
"샘, 네 말이 맞아. 누나는 네 소충한 친구야. 하지만 지금은 두 살짜리 친구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그래, 스티브가 어떻게 됐니 ? 아나스타샤. 싸웠니 ?"
"글쎄……. 하지만 여기로 이사 온 후로 내 또래와 친구가 된 것은 스티브 뿐이잖아요. 스티브가 학교
개학하기 전에 다른 아이들한테 소개해 주기로 되어 있었어요. 스티브네 집 뜰에서 파티를 열어서
말이에요.다음주에 할 예정이있었는데……."
"안 열어 주겠데 ? "
아하..// 과연 아나스타샤의 말은? 다음 2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