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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옛날엔 일기를 시처럼 썼지   2003
맑음 조회: 2087 , 2003-04-14 02:37
옛날엔 내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일기를 써도 꼭 시처럼 가슴에서부터 서러움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이 줄줄 흘러나왔었지..

지금은 가슴은 알고 있는데도 머리가 받아들이지를 못하니까
일기를 머리로 쓰고 있다.
너무나 단순하고 답답하고 써도 또다시 답답한 일기를..
일기를 쓰는 건 정말 내가 좋아하는 하루 일과의 마지막? 혹은 거쳐가는 역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손 놓고 있다.
내 인생의 기록을 남기는 위대한 업적을 나는 그저 방관하며 머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삶의 중요한 날들을 버려버렸다.

지금 내 속은 온통 비비 꼬여있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불안정해보이고 불만족스럽고 불만스럽다.
가슴으로는 이러면 안되는걸 아는데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이해를 못한다.
정말 백업시켜놓을 곳이 있다면
백업시켜놓고 포맷해서 새로 한번 쫙 깔았으면 좋겠네

나는 옛날엔 일기를 시처럼 썼는데..그건 구구절절한 신세타령이었지만
소중한 내 얘기였고 내 눈물이었고 내 웃음이었는데..
지금 쓰는 것들은 다 쓰레기다.
무조건 써야만 한다는 중독증에 걸려 가슴이 아닌 머리로 내뱉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