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디케이
 해드폰으로 라디오 듣기   미정
조회: 2123 , 2003-06-19 20:12
해드폰으루 라디오를 들었다.
어릴때부터 음질 나쁜 고물 라디오로 겨우 듣던 음악 뒤로는 주로 CD나 레코드를 들어서 해드폰으로 라디오를 듣는 행위는 정말 오랜만의 동작이었다.

광고도 듣고 DJ음성도 듣고 57분 교통정보도 듣고 지지직 잡음도 듣고....

귀에 바짝댄 해드폰으로 소리가 들려오니까 사람들의 목소리속으로 해집고 들어가 발음의 알갱이를 만지는거 같았다.
확실히 방송인들은 발음이 좋구나.
쩝쩝대는 혀바닥 부딪히는 소리까지 다 들리네.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성격, 어떤 외모일지 눈에 떠오르는거 같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음성 발음이 존재하다니.
조그만 입구멍으로 각종 소리들이 다 만들어 지네.
그런 다양한 소리들을 약속된 기호처럼 받아들여 하나하나 알아듣고 해석이 된다는게 신기했다.

외계인이 지구의 언어, 그것도 한국말을 들음 어떨까.
그걸 생각하니 외계인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외계인들은 어쩜 지구의 음성 주파수를 취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들에겐 사용해본적도 필요도 없는 음파의 종류라 귀도 그에 맞는 감지 능력이 사라졌을꺼야.

눈으로는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는 지구인이 보이지만 귀로는 전혀 아무소리 안들릴지도 몰라.

그럼 내가 외계어를 들음 어떨까.
그 소리는 지구인으로만 살아온 내 귀에 너무나 주파수 변동 속도가 빨라서 못듣는 소리가 태반일꺼야.
가끔 고음의 날카로운 비명이 지나가지만 그 귀에 겨우 잡힌 소리도 수 많은 발음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아 무음이 계속되는중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내 귀를 찢고 사라져 난 더 어리둥절해 질지도 몰라.

그렇게 외계인과 내가 만나면 서로 영문을 몰라서 마주 보고 열심히 소리없는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그렇게 밤을 새면 어떡하지.
그럼 무척 졸리꺼야.
그럼 같이 잠이나 자야지.
꿈에선 대화가 가능할지도 몰라.
그럼 제일 먼저 내 이름을 불러달라고 그럴꺼야.

200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