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783 , 2008-01-23 14:54 |
아빠와 나.
나의 아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하지만 우리는 참 대화가 없는 모녀지간이다.
대학교 때 아빠 사무실 바로 윗층에서 4년동안 자취생활을 했지만,
관리비 내는 날 이외에는 그다지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미국에 온 후에도
아빠와 통화를 해본건
설과 추석 때 안부인사 정도??
그 때도 우리의 대화는 1분을 넘기지 못한다.
내가 대화를 이끌어 보려고 시도해도
아빠는 금새 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나에게 최고의 영웅이며,
나는 아빠에게 최고의 딸이다.
오늘,,
미국에 온지 5년 만에
아빠와 20분이 넘게 통화를 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는게 실수로 아빠에게 걸게 된 것이
이 통화의 시초이다.
아버지의 첫마디..
"미국에서 고생하는 딸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싶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싶은데
너도 알다시피 내 상황이 이렇게 어려우니
통화해도 좋은 소리도 못하고
그냥 피하게 되더구나."
"그래도 우리 딸 잘 커줘서 고맙다."
우리 아버지.
참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셨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오셨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너무 크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온 나는
아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리고 눈시울을 적신다.
통화 중간중간 어찌나 울음이 터지려 하는지
태양 한조각을 목구멍에 삼키는 것마냥 뜨거워서 견딜 수 없었다.
내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는 동안
아버지는 내게 꽤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들은 슬프지만 희망적이였다.
지금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있는지
그건 중요치 않다.
일시적일 뿐이니까
그저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사랑에
너무나도 감사할 뿐이다.
절망 가운데 희망이 있고
끝이 비로소 시작을 알린다.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받아 들일 때
우리는 성장과 변화,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PERI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