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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_Opened
 아들에게-돈에 대해서  
조회: 3366 , 2010-12-04 11:40
진혁아.
어제 학교를 방문해서 니 생활기록부를 보니
진로 상담란에 "본인의 직업관이 확실하여 원하는 대로 지도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더구나.

의사에서 외교관으로, 지금은 <금융컨설턴트>로 해마다 너의 희망 직업은 변해왔지만
이번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지난번 '와이즈멘토'에서 받은 적성겸사겸 진로상담 결과를 
니가 진심으로 동의하고 장래 직업으로 받아들였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도 뭘해야 할지 막막했던 아빠를 떠올려보면,
빠른 진로 결정은 그만큼 막막한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니까...

니가 말은 안하지만,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컨설턴트  말에 혹하지 않았니?
너는 생김새만 아빠를 닮았을뿐, 정신은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를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

너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돈에 대해서 몇마디 두서없이 덧붙이고 싶구나.


#1.
경제관념이 너무 없고,  몽롱한 꿈만 꾸는 아빠가
이렇게  평균치의 삶이나마  살고 있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단다.

한때 '재테크책을 읽지 않고 살아왔다'는게 아빠의 은밀한 자부심이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할 가장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요즘은 그것이 가끔 부끄럽구나.
무책임한거지...

이 나이에 새삼 재테크책을 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되고,
<돈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돈 이외에 <인생의 다른 국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빠는 그저 니가 <돈의 흐름>에만 관심을 가질까봐 우려가 된다.
간혹 좋은 느낌이었던 사람이 주식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자식 이야기만 하면 솔직히 "깬다"
피곤하고, 천박해 보이고, 피하고 싶지.
내 아들이 그러면 얼마나 슬프겠니?



#2
나에게 돈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 사람이 둘 있었다.

한 명은 아빠보다 열살이상 어린 회사 후배야.  (아빠를 형이라고 부르는...)
법대를 졸업하고 입사했던 녀석이 휴직을 하고 국제변호사를 따겠다고 뉴욕으로 건너 갔단다.
알바해서 학비대느라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

그런데, 녀석은 어렵게 공부하는 와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나서 식사를 하고, 골프를 함께 쳤지..
(커서 알겠지만,  다 돈드는 일인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그 와중에 만난 사람이 변호사 사무실에 알바 자리를 소개시켜 주는데,
훨씬 편하고 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에 받던 알바 급여의 10배를 주더란다.
덕분에 그 후배는 편하게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서 지금은 아빠회사 법무팀에 근무를 하고 있지.

녀석이 말하더구나.
"자신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는걸 깨닫았다고...


#3
또 한분은 아빠보다 다섯 살쯤 많은  회사 선배야. (아빠가 형이라고 부르는...)
IMF때 주식투자를 해서 "거지"가 되신후,  다시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버셨다는구나.
아빠가 이 분을 좋아하고 즐겨 만났던건
이 분이 주식 이야기 보다도 그 과정에서 깨닫은 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이야기 해주셨기 때문이야.

이 분 말씀에 따르면," 20대의 100만원은 50대의 1억원" 이래.
돈이란건 어느 정도가 모여야만 그 돈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고, 다시 돈을 버는데
돈을 펑펑쓰는 젊은이들은 도대체 그 종자돈을 모을 틈이 없다는 거지.
돈이 돈을 번다는 말도 있지?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걸 경제학에서는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말하지.
 산업혁명기의 영국, 박정희 시대등이 역사적으로 자본의 본원적 축적기에 해당한단다.)


#4
진혁아.
두 사람은 돈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게 느껴지니?
누가 옳고 그르고를 말하는게 아니다.
아빠는 두사람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이 두사람이 진심으로 부러웠던건  그들의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때문이었다.
아빠는 부끄럽지만, 이 나이 되도록 그런 철학이 없거든.

돈이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단순한 게 아니란다.

니가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돈을 바라볼 수 있고
돈 이외에도  삶의 다른 국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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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아
하나의 관점을 덧붙인다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글귀를 만났기때문인데,
생각해보니 그 것은 30대까지 아빠가 가졌던 금전관 이었다.

아빠가 읽은 글은 이렇다.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불안정한거예요
 그러나, 내 몸 속에 저축을 하면 그건 영속적이죠. 
 문화적 경험, 연극을 본다거나 책을 사서 읽는다는 건 피 속에 흔적을 남기는 거예요"

            - 헤이리에서 북카페를 하는 김안수씨를 인터뷰한 <지식인의 서재>에 실린 글 -


클로저   10.12.04

저 주식이랑 부동산에 관심 많은데 '깬'건 아니겠죠 ㅎㅎ
주식은 어릴 때부터 하는게 좋을 거 같아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으로 ..
제 친구는 아버지가 친구 어릴 때 사주신 포스코 주식이 엄청 올라서
그 돈으로 다시 주식하고 대학 때 돈도 많이 모았데요.
그 친구 덕분에 '나도 주식 한번 해볼까?' 하게 되었는데
잘 한 것 같아요. 워렌버핏 책을 꼭 읽으라고 하더라고요. ㅋ

프러시안블루   10.12.04

ㅎㅎㅎ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오직 주식이야기, 부동산 이야기밖에 없는 사람이 깬다는 의미였어요.

아남카라   10.12.04

이런 인연이 있나..ㅎㅎ 저 와이즈멘토에서 근무잠깐 했었어요. 학생들 상담도 했었구요. 금방 그만두었지만 회사사람들이랑은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와이즈멘토의 컨텐츠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진로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드님이 좋은 길을 가시도록 기도합니다..^^

프러시안블루   10.12.04

ㅎㅎ 세상은 좁군요. 휘문고옆 와이즈멘트에서 77만원하는 프리미엄 검사를 받았는데 솔직히 비용 부담은 좀 됐지만, 아들 녀석이 명확히 자기 진로를 정한거 같아서 뿌듯하더군요. <진로 로드맵>을 따로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서 아들녀석 책상앞에 붙여주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그랬었다면 참 인생이 달라졌을텐데... 녀석이 아는지 모르는지 ㅋㅋㅋ

아남카라   10.12.04

예 제가 거기서 근무했었지요. 컨텐츠는 좋지만 좀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진로컨텐츠가 전무후무한 상황에선 제가 보기에 최선이지 싶어요. 저도 제가 인생을 개척해야 하고 부모님께서 알려주신건 없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결국은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하겠네요. 아드님은..ㅎ

억지웃음   10.12.05

아직 저도 모으기보단 쓰기 바쁜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경제관념은 부모님 덕분에 생긴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용돈을 월급제(한달에 한번) 으로 받기 시작했거든요.
처음엔 없으면 간식을 굶기도 했어요 ㅋㅋ 딱 일정금액으로 정해져 있기때문에
그 이상은 받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대신 용돈은 어디다가 썼는지 묻지 않으셨어요.
덕분에 지금 같은 나이대의 다른 친구들처럼 한번에 다 써버리고 남은날동안 생활비걱정하면서 지내지는 않아요.
어차피 직업을가지고 성인이 되어도, 월급제 인것은 마찬가지니까요 ㅎㅎ

일단 올해의 입시가 끝나면 경제적인것과 관련된 도서를 읽어볼 생각이에요
돈은 얼만큼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ㅜㅜ

프러시안블루   10.12.05

아들 녀석에게 권한 쉽게 풀어쓴 경제서 목록인데 혹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지적 유희를 주는 이런류의 책을 좋아하거든요)
ㅇ 괴짜 경제학 플러스 -스티븐 래빗-
ㅇ 경제학 콘서트 1 -팀 하포드-
ㅇ 경제학 콘서트 2 -팀 하포드-
ㅇ 런치타임 경제학 -스티븐 랜즈버그 -
ㅇ 일상의 경제학 -하노 벡-
ㅇ 이코노믹 씽킹 -로버트 프랭크-
ㅇ 경제학 패러독스 -타일로 코웬-

억지웃음   10.12.07

와아~~ 책 추천 감사합니다^^
따로 적어놓고 내년되면 읽어볼께요 감사해요 블루님!!

cjswogudwn   10.12.08

ㅋㅋ전 억지웃음님과 반대로 매일매일 필요할때마다 달라는데로 용돈을 받아 쓰는 편이고, 솔직히 부끄럽지만 아직도 그렇게 용돈을 받습니다. 전에 한 번 용돈 월급을 받았다가 이틀만에 거의 다 쓴 적이 있을 정도로 전 약간 소비하는 데 있어서 계획성이 없는 편인데요ㅠㅠ소비할 때 쓸 수 있는 통장을 1개로 정해놓고 남는 돈은 그 통장 외의 통장에 묶어두어 절대 쓰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해놓았어요 ㅎㅎㅎㅎ. 아 억지웃음님 부럽네요 ㅎㅎ

억지웃음   10.12.09

몽상가님....
하지만...
제 통장은....ㅋㅋㅋ
딱 마지막날에 만원까지 아낌없이 써준답니다.
아직 돈을 모으거나 제대로 적금을 들지는 못했어요 ㅠㅠ...
흑흑...2011년에는 적금과, 주택청약도 하나 시작하려구요..!!
힘내요 우리....^^; 헤헤~~

cjswogudwn   10.12.08

아!!! 프러시안 블루님. #.2는 마치 꼭 제 친구같군요. 전 솔직히 저에 대한 투자에 좀 소홀하달까?(쓸데없는데 새고) 그런 편인데 그 친구를 만나고나선 되게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친구는 먹는거, 입는 거, 자기 몸에 닿이는 건 절대 소홀히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거에 있어서도 저랑 많이 달랐죠. 처음엔 그 친구가 "된장녀"처럼 느껴졌었는데 계속 보면 볼수록 그 친구가 그런 투자를 통해서 얻는 게 있다는 걸 느꼈어요. 자기 투자도 주식이나 펀드같은 것처럼 손해가 있는 만큼 이득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전 #.3의 철학과 비슷했던 것 같애요. (잘 모으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런 편이네요... 그리고 직접 적금이라도..적금조차도 들라고 보니 목돈이 없는 가난한 제 처지로는 돈 굴리기는 불가능하단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예금통장에는 십만원 이상은 모셔놓지 않고 다른 곳에 두어 목돈을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ㅠㅠ

하지만 제 주위를 보면 #.2의 "인맥관리"만큼 솔직히 엄청난 기회는 또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정말 자기투자는 ... 전 대학와서 다양한 친구들을 보고 이에 대해서 배웠는데...일찍 배우지 못한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저도 나중에ㅎㅎ결혼해서 애 낳으면 프러시안 블루님같은 예시를 들어서 이런 것들에 대해 가르치고 싶네요!!! ㅋㅋ그전에 제 자신부터 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