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거짓말을 못한다.
가끔 하는데 정말 못한다.
일찍이 부모님을 떠나 나와 살기 시작하고, 전화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엄마의 밥 먹었냐는 계속되는 물음에
어쩔 수 없이 응 하고 대답하게 되면서
나의 거짓말은 시작되었다.
그전까진 난 거짓말을 모르는 아이였다.
물론 그 후로 지금까지도 어쩌다 간간히 튀어나오긴 한다. 사람이니까.
또 하얀 거짓말 필요하다. 특히 여자들의 세계에선.. 응 예뻐. 잘어울려. 살 안쪘어, 어 미안, 전화온지 몰랐어..
아무튼 그때 시작된 계속되는 내 거짓말이 참 불편하고도 싫었다. 별 것도 아니었는데..
밥 안먹은게 나쁜건 아닌데, 엄마가 걱정하는게 싫었다.
그때의 그 찔림과 어, 내가 거짓말을 하네 라는 생각이, 그리고 별거 아니지만 거짓말을 한다는게 난 부단히도 싫었다.
엄마가 하달하신 말씀 중에 불량식품 안먹는 것과 뽑기 안하는 것만 철저하게 지켜왔을 뿐인데도..
그 거짓말이 그렇게 싫었던 걸 보면 난 솔직한데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난 그리 우수한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거짓말에 그리 불편함을 느꼈던건 꼭 엄마의 말을 들어야 한단 생각외에도
내가 정한 나의 삶의 방침 쯤이 아니었나 싶다.
대답하기 곤란하면 아예 대답을 피하곤 했다.
사람들도 차갑고 갖춰져 있어 보이는(사실 전혀 안그렇다..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나에게 쉽게 질문이나 장난을 건내지 못하고
보여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난 보잘 것 없는 나를 보여주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솔직한 사람들..
특히 자기 부족한 부분을 까발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특히 연예인들의 폭로,
김태원이나 김완선, 아이돌 중 문희준이나 토니 이런 연예인들의 폭로가
관심을 끌고 호감도를 높이는 건 솔직함 그대로 주는 솔직함 자체가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폐아가 있어 필리핀에서 가족의 터전을 꾸린 김태원.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들은 떠나야만 했나보다.
한 시대를 대표 아이콘으로 살았던 김완선의 행복하지 못했던 삶, 그렇게나 화려해 보였기에 어쩌면 그녀가 고백한 화려하지 않은 삶이 그렇게 큰 충격이지 않았나 싶다.
수십 수만의 눈을 한데 끌어 모았던 문희준이나 토니의 아픈 이야기들..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그들이 멋지던 멋지지 않던간에, 화려하고 대단하지 않다해도
그들의 친구가 된듯 했고, 그들의 편이 되어 버린다.
어쩌면 나도 그랬다면 좀더 다른 삶을 살았을까?
나이는 차오고, 답답한 현실 속에 난 오늘도 내가 만든 높디높은 껍질에 쌓여서 혼자가 된다.
비워내는 만큼 가벼워진다는데 난 여전히 가라앉아 떠오르질 못한다.
가끔 상상한다.
내 모든 지인들에게 있는 그대로 솔직해져 본다면,
어쩌면 난 누구보다 더 내 이야길 터놓고 싶어하는건지도 모른다.
꾹 꾹 눌러가며 포장되있는 나보다
어쩜 모자라고 부족한 나를 더 좋아해줄지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