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이 이어져 있었던
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서서히 끊어져가고 있다.
그동안은
그래도 아버지니까
남들한테 다 있는 아버지니까
나를 낳아준 사람이니까
절대 끊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끊을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다.
관계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이 감정적으로 이어져 있는 끈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 이게 참 아프다.
생각보다 아프다.
왜 아픈 걸까.
남들 다 갖고 있는 것을 나는 잃는다는 것 때문일까.
그것 때문일까.
.
.
모르겠다.
오롯이 느껴보지만
무엇 때문에
아픈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직도 이어져 있는
탯줄을 생으로 잘라내는 느낌이다.
아버지라는 사람을
객체로 놓고 바라보는 것은
그 느낌은
참 아프다.
.
.
연민의 연막을 걷어내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겠지.
썩어 고여 있던 물을 빼내고
제대로 된 바닥을 보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는 과정이겠지.
그래도 아프다.
그리고 슬프다.
-
아버지가 나의 전화를 수신거부해 놓았다.
내 동생, 엄마, 할머니의 전화 모두를.
분명히 처음 전화 했을 때는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없길래
다시 걸어보니
수신거부가 되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일말의 기대를 했던 내가 잘못된 것이었던 걸까.
이대로 법적으로 나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난 지금 꽤나 오랜만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