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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씨앗
 할머니의 호박죽   나의 삶
조회: 3158 , 2012-04-13 15:10

군 제대를 하고 교회 청년부에서 강원도 정선군 봉정리 라는 곳에 선교여행을 간적이 있다
1월 한 겨울이라서 강원도 산간지역은 해가 일찍 떨어지고 밤이 긴 동네였다
서울 처럼 교회가 많지 않고 마을에 딱 1곳 있는 지역 이었는데
교회가 있는 마을뿐만 아니라 산골 깊숙히 여기 저기 인적이 드문 곳에 한집 두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시는 곳이 계셔서 가로등도 없는 산길을 후레쉬 한개에 의지해서 찾아 다니면서 준비해간 선물도
나눠 드리고 사시는 이야기도 듣고 간단한 성경책 이야기도 들려 드리고 했었다

역시 강원도 지역이라서 그런지 집집마다 커피와 함께 내오시는 겨울철 간식거리는
강원도 찰 옥수수를 뻥튀겨서 만드신 강냉이 였다.
서울에서 온 손자 손녀 벌 되는 청년들이 와서 인적이 드문 곳에 사셔서 그런지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중에서도 한 곳 할머니 혼자 사시는  분댁에 가게 되었는데 반갑게 맞아주시고
우리들에게 내 주신 음식이 호박차를 내 주셨다.

나는 서울에서 맛 본 달달한 호박죽 인줄 알았는데 첨가제가 전혀 없는 순수한 늙은호박을 쪄서
갈아 만든 비릿한 맛의 호박죽이였다. 함께 방문한 여자 후배는 조금 맛을 본 뒤에 비위가 상했는지
내게 더 이상 못 마시겠다는 싸인을 보내 왔고, 난 그래도 할머니가 정성스레 내 오신 호위에
혹여라도 내가 사양하면 민망해 하실 것 같아서 끝까지 참고 호박죽를 다 마셨다.

 할머니께서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시면서 긴긴 겨울밤 잠시 동안이지만
이야기 나눌수 있는 손님들이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나도 외할머니가 생각 나서 할머니 손을 꼭 잡아드리고 무병 장수 하시길 기도 해 드리고 나왔었다.

왠지 오늘 그 할머니께서 내어 주셨던 호박죽이 기억이 났다.
할머니의 때묻지 않은 정이 듬뿍 담겨 내게 전해 졌던 그 순간...

좋은씨앗   12.04.13

왜 호박죽이 생각났는지 이유를 알았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갔던 곳에서 식사후 나온 식혜가 특이하게도 호박식혜였다
참 희안하게도 그 호박식혜를 먹고서는 몇년전 일이 문득 생각나
글을 쓰게 되다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