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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어쩔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조회: 878 , 2012-04-23 01:13


  세상엔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내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해줬지만 난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난 그냥 따뜻한 집이 필요하다. 바보같지. 행복한 순간은 항상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데. 며칠 전에 동생이 엄마 폰을 보다가 이 선생님한테 "왜 자기야 사랑해"라고 하느냐고 엄마한테 물었다. 난 모른 척 집을 빠져나갔다. 동생한테 물어보기도 뭐하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삶과 죽음 말곤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죽음조차도 내가 짊어진 십자가 때문에 온전히 내 몫이 될 수가 없다. 수술하다가 죽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니, 생각이라기보다는 죽으면 엄마가 따라죽을 거라고 되내였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수술 전에 그런 기도따윈 하지도 말자고.. 생각했지만, 요즘 정말 힘들다. 사실 예전에 비하면 이전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의 아빠가 미웠다. 옛날 생각이 났다. 별로 옛날도 아니지만, 엄마가 우리랑 안 살고 난 나 알아서 살라고 했을 때. 아빠는 그래도 그동안 같이 산 정이 있으니 나 졸업 전까지는 같이 살자고. 생각해 보니 또 슬펐다. 그냥 졸업 전까지 같이 살고 끝나면 남남인가. 난 뭘까. 엄마의 바람. 불륜. 이게 불륜인지 저게 불륜인지 분간할 필요조차 없다. 어차피 엄마 삶은 그렇다. 내 삶도 원래 이렇다. 지금 이 위태위태한 상황도 언제 깨질지 모른다. 또 언제 112에서 전화가 올지. 언제 술병을 발견할지. 언제 유리창이 깨질지. 난 항상 위태위태한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들키진 않을지. 동생도 미웠다. 나한테 피도 안 섞겼다고 애비도 없다고 모진 말을 할 때... 그래도 미안했다. 언니란 작자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널 죽일 생각을 했다는 게. 언니 노릇은 한 적이 없다는 게 미안했다. 항상 술이나 퍼마시고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아빠도 미웠지만. 여자 하나 잘못 만나서 인생 이렇게 된 게 미안했다. 엄마는 아빠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몇 번 내게 말했다. 그리고 동생도 괜히 낳았다고.. 갑자기 난 아주 어릴 때 당신이 데려온 남자와 그 남자의 딸이 생각난다. 그 딸에게 미안했다. 걘 날 친언니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엄마, 우리 삶에 면죄부가 있을까? 아니면 그동안 모진 일을 많이 겪었으니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가 아프니 엄마 대신 날 죽여달라고 생각했다. 뭐든지 엄마가 힘든 것보단 내가 힘든 게 낫다고. 난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난 잘 잊어버리니까 이런 기억들도 까맣게 잊겠지. 내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뿐이다. 이 정돈 금방 잊어버릴 거야. 자위는 별 도움이 못 된다. 난 타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어줍지 않은 타인의 위로를 받아도 위안이 되질 않는다. 내가 매우 잘 하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아니까.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모든 걸 다 하고 있으니까. 항상 난 그런 애였으니까. 그건 내가 너무 잘 아니까. 누가 그런 시답잖은 위로를 던져봤자. 한 귀로 들어가서 한 귀로 빠져나간다. 난 언제쯤 내 삶을 찾아갈 수 있을까. 서른이 되면? 마흔이 되면? 지금 생각해보면 호기를 잡겠다던 게 우습다. 터닝포인트. 그게 과연 좋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