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버징의 어렸을 때의 삶과 성장배경이 어떠했는지를 알아야 했다.
내가 어렸을때 아버지는 두 얼굴의 인격을 가지신 분이셨다.
새벽 일찍 전기 일을 하러 가셨다가 해질무렵 하늘에 노을이 감도는 시간이 되면
전기공구와 전선을 넣고 다니시는 배낭을 짊어 지고
한손에는 그날 벌어오신 돈으로 시장에서 사오신
저녁거리들 검은 비닐 봉지안에 신문지로 싸여 있는 돼지고기나 생선이 담겨 있었고
때로는 과자나 빵도 사오셨다
그런 날에는 삼남매와 어머니도 기분이 좋와서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서 하루를 마감했었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저녁늦게 땅거미가 지고 어둑 어둑해진 시간이 다 되어서
일을 마치시고 술을 드시고 오신 날에는 전혀 다른 분으로 변하셔서 집으로 들어 오셨다.
제일 먼저 집 대문을 발로 걷어 차면서 왜 아버지가 왔는데 마중을 안나오냐시면서
삼남매를 집합시켜놓고 야단을 치시고 기합을 주시거나 손지검을 하시고 신세 타령을 하시고
동네 시끄럽다 시면서 말리시는 어머니한테도 말 싸움을 하시다가 이내 술 기운이 오르시면
마루에 쓰러지셔서 주무셨다.
그런 날은 정말 무서워서 삼남매 모두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만약에 소리를 내서 울면 우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더욱 모질게 손지검을 하시던 아버지...
내 어릴적 아버지는 사랑스럽기도 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서 아버지에게 들은 아버지의 삶은 정말 가슴 아픈 일로
가득 하신 분이셨다.
7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어린 아들을 대리고 재혼을 하셨는데
의붓 아버지가 7살의 우리 아버지를 매일 구박 하고 폭행을 하셨단다.
그래도 의지할 분은 어머니 뿐이어서 밤에 잘때 어머니 한복 옷고름을 잡고 잠을 잤는데
어느날에 잠을 자고 일어 나보니 어머니께서 옷고름을 가위로 자르시고는
아들을 남기고 제혼한 분과 함께 야반도주를 하셨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7살의 어른 나이에 고아만도 못한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친척들 집에 언처 살면서 눈치 밥을 먹고 살아 오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을 하셨다.
이 세상에서 우는 소리가 제일로 싫다고 .. 아버지는 7살에 어린 나이에 한 없이 울어 봤지만
환경이 바뀌거나 어머니가 다시 돌아 오지 않으셨단다.
울어 봐야 소용도 없고 짜증만 난다고 하셨다.
난 몰랐다 아버지에게 그런 가슴 아픈 과거가 있으셨고 마음의 상처가 있으신줄을..
그래서 우리 삼남매가 집에서 아버지한테 혼나서 울면 자신이 어렸을때 울었던 시절이 떠올라서
더욱 모질게 대하셨던 거였다.
지금은 그런 아버지가 이해 되어지고 용서를 해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삼남매에게는 아버지에게 받은 어린시절의 아픔이
삼남매 한사람 한사람의 가슴속에 또다른 상처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런 가정사는 60~70년대를 살아오신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들에게는
가난과 배고픔이란 환경속에서 보편적인 아픔들이 었을 것 같다.
자신은 비록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았지만 자신의 자녀들 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아버지
그렇지만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부족했기에 그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렀고 투박했던 아버지
그분을 볼때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가슴 아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