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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연애 상담 - 권리의식, 자존감   연애
조회: 2809 , 2012-08-22 00:46




오늘은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집에만 쳐박혀 있는 것보다
기분이 훨씬 나았다.


단 하루의 외출만으로
기분이 이렇게 가뿐해질 수 있는데
그동안 방콕하면서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 스스로가
아직도 요령 없다는 생각이 든다.



.
.


아무튼.




친구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고충들을
털어놓았다.





섹스를 하는데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리고 내가 편하지 않은 장소에서 
하는 데다가
전희나 애무가 부족해서
나는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저 피임을 안해서
불안한 느낌밖에 없고
하는 이유는
오빠가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친구는 이야기했다.
네 몸을 소중히 하라고.
피임에 관해서는 분명히 이야기하라고.
그리고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빠도 많이 서툰 것 같다고.
당분간은 몸을 위해서나
너의 기분을 위해서나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
.


나는 지금까지
섹스를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삽입과 피스톤질, 그리고 사정,
이렇게만.


왜그랬을까
생각하다가
소름이 끼쳤다.



내게 섹스가
남녀가 합이 맞아
서로의 만족을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닌
그저 단순히 남자의 사정을 돕는 
남자가 원하기에 하는 일인 것처럼
생각됐던
아니 그렇게 의식하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
단 하나의 이유.


오랜 시간동안
섹스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
그리고 내가 그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
나는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은 것.
원치 않아도 해야 했던 것.



내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욕구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런 것에 무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사정을 하게끔 이끌었던
과정들을 떠올려보곤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쳤다.


나는
그 과정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가 나를 원하고
나는 가만히 있고
그가 알아서 그가 원하는 것을 
내 몸으로부터 얻어간다.


지겹도록 겪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섹스에서 느낀 쾌감보다는
'내 의지'
라는 느낌에서 느끼는 쾌감이 훨씬 더 컸다.


오빠와 했던 두 번의 섹스는
육체적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내 선택'
이라는 착각
이 내게 주었던
묘한 성취감.



이렇게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나도 이제부터
내가 원할 때 
섹스를 할 것이다.
그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 것이다.
손이나 입으로 해주면 되니까.



.
.



친구는
자존감을 가지라고 했다.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라고.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라고.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행복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건데
네가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 연애는 할 필요가 없는 거라고.
헤어지면 된다고.
네가 죽도록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그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라고.



.
.



나는
권리 의식이 부족했다.
요구,
할 줄을 몰랐다.
그저 언제나
한 발, 두 발, 세 발
양보하면서 
싫은 소리를 안 하면서 살았다.

대인관계에서 
항상 그래왔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요구하지 않은 것까지
양보하면서
지금까지 속을 앓았다.



권리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구할 수 있다,
는 생각을 못했다.



특히
요구하면 
상대가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했다.


어렸을 때
자주 느꼈던 감정이다.


.
.




자존감과
권리 의식.


자존감은 많이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연애라는 관계에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이었다.
권리 의식 또한 
조금도 없었다.
내가 뭔가를 오빠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 오빠가 무엇을 원할까 생각하면서
그것을 들어주고 맞춰주려고만 했다.
나의 욕구는 별 거 아니라고
연애가 처음이라서 그러는 거라며
무시했다.



그랬으니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랬으니
연애가 힘겨웠고
그만두고 싶었던 것이었다.



.
.







이제 자존감을 가지자.
나는 소중하다.
그리고
오빠가 나랑 사귀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빠와 사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같이 사귀고 있는 것이다.



뭐 친구가
연애를 할 때는
내가 상대와 사귀어준다는
고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아무튼.
내가 불편하면
그건 연애가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그게 연애다.




내가 행복하자.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
물론
강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표현'
하고 
'조율'
해야겠지.



오늘도 
사람으로부터 크게 배웠다.
역시
사람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cjswogudwn   12.08.22

확실히 사람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남들과 이야기하면서 자기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나님이 만족을 느끼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피임이라 생각해요. 제가 좀 거기에 강박관념같은게 있어서 ....ㅎㅎ;;. 피임에 관해 보다 확실하게 가장 빠른 시일내에 남자친구와 상의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남자친구가 안하는 것도 문제지만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여자쪽도 반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번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건데, 자기자신을 소중히 하려고 마음 먹으셨다면 그 무엇보다 그것부터 따지고 보는 게 옳은 상황이라고 사료되네요. 불안해하는 한 결코 신체적인 만족도 얻을 수 없잖아요. ㅎ ㅎ 저도 사람이랑 이야기하면서 뭔가 발전시키고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이 참 적네요. 하나님 친구분은 좋은 분이시네요.

李하나   12.08.22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피임에 관련된 이야기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건지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드네요ㅠㅠ

cjswogudwn   12.08.24

궁금해졌는데..왜 말 꺼내기 힘든건지 잘 모르겠네요 ㅎ 어째서 어려운 얘기인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