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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더럽다.   deux.
조회: 3111 , 2012-11-18 10:46





내 안에는 더러운 것들이 가득차 있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네가 싫다, 너는 별로다, 꺼져'
등의 단어가 의식을 부유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눈을 뜨고 누워 있을 뿐인데도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올라
허공에 엿을 날리고 만다.





아마 내 안에는
더러운 것들이 잔뜩 뭉쳐있는 것 같다.
빨리 빼내고 싶다.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에게.

티아레   12.11.18

분석심리학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하죠.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가 잠잘 때 꿈을 통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죠.
제대로된 꿈의 해석은 상당히 깊은 공부를 요하는 간단치 않은 문제겠지만
중요한 건 무의식은 항상 우리의 의식을 보상하는 기능을 한다는 거예요.
의식이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칠 경우 무의식은 이를 교정하고 균형을 잡기위해
반대편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러한 이미지나 환상, 감정 등을 갖게 만들죠.

하나양의 의식에서 지나치게 깨끗함을 추구할수록,
모든 더러운 것을 다 빼내고 없애버리고 싶어할수록
무의식은 그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계속 보내올 거예요.

다시 말해, 잠에서 깬 직후에 그런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건
하나양 속에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거나 잔뜩 뭉쳐있어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하나양이 의식적으로 지나치게 깨끗함을 추구하거나
집착하기 때문인 거죠.

나도 한때 화장실 꿈을 자주 반복해서 꿀 때가 있었어요.
몹시 더러운 화장실요. 재래식의 경우 오물이 변기 밖으로까지 넘치고
사용한 휴지로 발 디딜 곳도 없는 불결하기 짝이없는.
다른 화장실들도 거의 같은 형편이거나, 잠겨 있거나 해서
너무 급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한 그런 꿈요.

꿈에서 깨고도 불쾌함이 오래도록 남아서
늘 생각했죠. 평소의 난 완벽과 순결, 금욕을 추구하고 그렇게 되기위해
그토록 노력하는데, 나의 속마음은 이렇게 불결한가 보구나, 하며
절망도 많이 했어요.

근데 왠걸요. 분석심리학을 통해 많이 납득이 되었어요.
그때의 난 종교적 열성으로 극단적인 금욕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던 거예요.
의식에서 억압된 모든 것들은 무의식으로 흘러갔고 거기서 계속해서 에너지를
축적해 커다란 힘을 갖게된 무의식의 콤플렉스들은 급기야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의식을 걷잡을 수 없이 침범해 오더군요.
결과만 말하자면 그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지요.

하나양의 정신(psyche)은 하나양이 그걸 의식하던 못하던, 자연스럽고 균형잡힌 건강한 상태를 이루기위해 부단히 일하고 있어요.
마치 우리가 알건 모르건, 생체 내의 균형,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잡한 일들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는 것 처럼.

있는 그대로의 내가 그냥 나예요.
이런 나는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아요.
그런 구분이 왜 필요할까요.
그런 구분이 나를 달라지게 할까요.
자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정말 존재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2.11.18

티아레님.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암호학> 공부하느라 머리가 멍해요.

12월 1일 자격증 시험 끝나면,
스토리텔링에 관한 공부를 시작해볼려구요

시험을 위한 공부는
나이들어서 할 짓이 못된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ㅎㅎㅎ

李하나   12.11.19

맞아요. 저는 완벽주의자에요. 지금 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죠. 그리고 흐트러지거나 부족하거나 이상하거나 망가지는 제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인정하지 못해요. 용기가 없는 건지, 아니면 control할 수 있기 때문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제 초자아는 저에게 자꾸만 문제점을 찾고 고칠 것을 요구해요. 저도 사실 숨이 가쁘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저도 그냥 아무렇게나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