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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나를 알아가는 시간   deux.
조회: 2784 , 2012-11-19 21:44





전에는 이 시간들이 힘들기만 했었다.
지나치게 나 자신 속으로 침잠한다고 생각했다.
내면에 파묻혀 주변을 보지 못하는 
괴로운 시간들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와 
조금은 여유롭게 생각해보니
삶의 도중에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
파고들어 보는 시간.



.
.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알고 알아가는 시간.

필요했다.

.
.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본능적으로 겁에 질려 있고
경계가 심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참으로 예쁜 아이이다.
맑고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무한히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멋진 사람이다.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사랑 받고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품고 있는 분노가 많은 사람이다.
한 사람을 향해 
크나 큰 증오를
응축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분노와 증오를
지금껏 억눌러왔던 사람이다.
억눌러 쌓아왔던 이 분노를
터뜨리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훨씬 더 형편없게 자랄 수도 있었지만
나는 더없이 아름답게 자랐다.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초자아는
완벽을 추구하며
아직도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금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남자와도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고
성관계를 맺는 것도 그렇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내 세상의 전부였을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며 자랐음에도
나는 사람들을 믿는다.
그들이 나의 부모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내가 생각해도 가끔은 신기할 때가 있다.


이런 점에 대한
자기 혐오나 억울함 또한
나는 갖고 있다.

나는 왜 망가지지 않았는가.
그런 심한 일을 당했다면
처절하게 망가지고 비참하게 살아야
내가 얼마만큼 힘든 지 
그 새끼에게도 보여줄 수 있고
엄마도 알 테고 동생들도 알 거고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멀쩡하게 자랐을까.
그래서 왜 주변 사람들이 내가 겪은 일이
별 일 아닌 것처럼 느끼게끔 
되었는가.
무엇보다도, 나조차 그렇게 느끼고 있는가.
억울한 느낌.
나도 미쳤어야 했는데.
비뚤어졌어야 했는데.
그래서 형편없이 살고 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나는 쌓인 게 아주 많다.
그것을 다 풀어버리고 싶다.
다.
다.
다.
다.



모옹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