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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과제   deux.
조회: 2482 , 2012-11-23 23:27


사람마다 
안고 있는 과제가 있겠지.
나는 그 과제를
피하려고만 했었다.
그것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저 부정하기에 바빴다.
나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해하기만 했으며
내 자신이 싫기만 했다.

그래
나는 내가 싫었다.
내가 더러웠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반드시 문제가 있을 것이며
그래서 나중에 좋은 아내도, 좋은 엄마도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를 너무나도 슬프게 만들었다.
내가 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은 내게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다.


.
.


하지만 나는 
이제 나의 과제를 받아들이려 한다.
나의 과거를
나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려 한다.
자리를 내어주려 한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쓴웃음을 짓더라도 
속을 털어놓을 사람에게

나는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라고 털어놓을 수 있을만큼
그렇게 무뎌질만큼

괴로워할 것이다.

괴로움은 잉크와 같아서
퍼지면 퍼질 수록 옅어진다.
아주 서서히.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시'하고 '회피'하며
고통에 무뎌져 왔다.
이제는 
고통을 겪어내며
무뎌지려 한다.




.
.


내 인생의 숙제이자 과제.



.
.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