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trois.
  hit : 3167 , 2013-12-29 16:32 (일)



지금 나의 느낌을 표현해보자면,
길이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둥둥 떠있는 기분이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은 안다.
어딘가로든 가야 하는데
방향을 선택할 수가 없다.

길은 커녕
표지판 한 장 없고
사람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떠 있는 태양과,
물과 하늘.
날아가는 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쪽으로 갔는데,
영원히 육지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저 쪽으로 갔는데,
또 육지가 없는 쪽이면 어떡하지?

도대체 어디로 가야
육지가 나오는 걸까?
어느 방향이, 육지가 가장 가까운 방향일까?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어느 쪽으로든 향할 수가 없다.

그냥 영원히 이대로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편하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몸이 차가워지고 나서 움직인다는 건,
늦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헤엄을 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그 무엇이 나를 채우고 있는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누워 있고만 싶다.
너무 아늑하고 평화로워서.
이 느낌에 싸여
그저 이렇게 둥둥 떠있고만 싶다.


어딘가에서 쪼아주는 햇볕을 받으면서,
위로 아래로,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면서,
그 목적지를 궁금해하면서.



.
.


그러나 나는 사람이다.
해가 진 바다 위에서 버틸 수 없는, 사람이다.

어디로든 방향을 택해야 하며,
설령 그 곳이 육지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어딘가로든 떠나야 한다.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내가 선택한 길이,
육지로 향하는 길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밖에는 없다.

해가 움직이는 방향
새들이 움직이는 방향
물이 흐르는 방향,

필요하다면 물 속에 고개를 넣어
바다 생명체들이 헤엄치는 방향까지,
모두 모두 눈여겨 보고,
어디로 가면 육지가 있을 지 최선을 다해 판단한 후,


판단이 내려진 후에는 지체 없이 헤엄치기 시작한다.
그 뒤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최선을 다해 헤엄치는 일이며
제발 육지가 나오기를 기도하는 일이다.




.
.


누워서
북쪽으로 가야 육지가 나올까
남쪽? 서쪽? 동쪽?
북쪽으로 가기로 마음 먹다가
아니야, 남쪽이면 어떡해.

남쪽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서는
아니야, 서쪽일 수도 있어.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다가
동쪽은?



이러다가는 결국 아무곳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선택한 결과에 따르고 책임 지며,
그 결과가 옳기를 기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



지금 나는 망망대해 위에 떠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있을 곳도 찾아야 하고
일할 곳도 찾아야 하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건지도 결정해야 한다.

빨래도 해야 하고
옷도 사야 하고
돈도 모아야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나한테는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나 혼자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패했을 때,
받쳐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을 해내는 게 무서운 지도 모르겠다.

내 선택이 나를 불행의 구덩이로 빠뜨릴 지도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

나를 오로지 나 혼자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은,
조금은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비틀거리며 들어가면
나를 부축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
.


어찌되었든 나에게는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지 생각하면 된다.
나 혼자 개척해 나가는 수밖에는.

내가 밟아온 길을 되돌아보자.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밟아 나갈지 원칙을 세워보자.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간절히 갈구하면 언젠가는 그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세상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거기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코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류시화 옮김, 이레 출판사, 2008, p10, l15~20


'탄생은 곧 죽음의 선고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당신이 삶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재정렬시킨다. 무엇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가?
공중에 던진 막대기는 무거운 끝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당신이 이 삶에서 계속해서 무겁게 축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의 부재, 코끼리에 대한 갈망, 단맛이 나는 칠리에 대한 헛된 바람,
혹은 분노, 질투, 이기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 무거운 막대기 끝이 되어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 생의 다음 순간,
또는 다음의 생을 결정지을 것이다.'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p16, l4~112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라'

- p17, l10~l11


'원하는 것은 곧 고통이다.
당신이 갈망하는 코끼리를 소유하려고 하는 시도,
조종하는 것, 생각하는 것, 계획하는 것 모두가 고통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에는 끝이 없지만,
원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는 끝이 있다.
만일 당신이 전혀 원하는 것이 없고 계획도 필요없다면,
얼마나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만일 당신이 진정으로 내려놓는다면
거기 모든 문제는 사라진다.
당신은 이미 코끼리 등 위에 올라 앉아 있다.
이것은 깨달음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 p17, l13~l20




.
.



지금은 주변에 뭐가 너무 많다.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나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도 너무나 다양하다.
도대체 뭘 선택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이럴 때 내게 필요한 것은
'선택의 기준'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할 수 있는 일이 무던히도 많은 이 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다.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한 가지만 물으면 된다.



"지금 뭐 하고 싶니?"



그러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 대답을 하나씩 행해가면 된다.




.
.



이것이 나에게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을까,
저것이 나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또 그것이 나에게 돈을 벌게 해주지 않을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혹여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의 결과이지 선택의 결과는 아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요행을 바라는 선택들은
나를 혼란으로 빠뜨릴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자.
너무 많은 것을 원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지, 원하지 않는지부터 구분하고,
진짜로 원하지 않는 것들은 떨궈내도록 하자.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걸러내
우선 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해나가면 그만이다.

인생은 어차피 선택의 연속이며
얼마 살지 않은 나로서는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선택해보고 아는 것이다.

선택도 연습이다.


.
.



유명해지기를 바라고,
대단해지기를 바라고
돈을 많이 벌기를 바란다면

방법은 너무나 많고
그런 모든 방법들에 다 유혹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리 유혹됐다, 저리 유혹됐다 하다보면
당연히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명예와 돈, 지위 같은 것은
혹여 갖게 된다 하더라도
저절로 따라오게 될 때에 나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대단히 유명한 사람,
대단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자.
나는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여기에 사로잡혀 있다.

유명하고, 존경받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환상.
그러나 내가 좋은 사람이고,
된 사람이면 존경받고 존중받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
욕심을 갖는 것은 그 꿈을 이루는 길이 아니다.




.
.


일상에 집중하고
주변 사람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집중하자.

그리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자.
생각하고 생각하는 중에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는 중에 알게 되는 것이다.




.
.


해야 하는 일을 해결하고,
그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지금은 일을 구해야 한다.

왜?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다음 학기에 복학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음 학기 기숙사비, 그리고 8월 달까지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3학년이 되어 기숙사에서 떨어지면
집을 얻어야 하니까
500만원짜리 적금도 부어야겠다.

그러면 내가 한 달에 벌어야 하는 돈은,
20만원(적금)+생활비(30만원)+기숙사비(12만원)
최소 62만원이다.


그러면 내가 62만원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보자.
그 이상은 벌 필요는 없다.
돈을 모아놓으면 좋겠지만,
돈을 모으려고 휴학한 건 아니니까.


그러면 최소 62만원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해보자.
그리고 다음 단계를 밟기 위해 다시 돌아와야지.
해야 할 일이 하도 많아서
도대체 뭐부터 해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하나씩.
별왕  13.12.30 이글의 답글달기

벌써 이런글과 이런 생각이면 성공합니다 화이팅

李하나  13.12.31 이글의 답글달기

어제 이 댓글을 처음 읽었는데, 오늘까지도 틈날때마다 와서 다시 읽고 힘을 얻어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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