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나   quatre.
  hit : 2610 , 2014-01-04 14:13 (토)


요 며칠 동안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사실 일을 그만두기 전부터도,
꼭 바로 갈아탈 수 있게 일을 구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잠시 쉬고 싶기도 한,
안일한 생각도 들고,
또 우연치 않게 수입이 생겨서
좀 방심했던 것 같다.

1주일에 벌 돈을 하루 만에 벌었으니,
잠시 쉬어도 되겠지,
하고.


하지만 애초에 내가 바로 일을 갈아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문제였다.

집에서 나와 있는 지금,
고소가 진행 중인 지금,
꼭 몸을 움직이고 집중할 만한 일이 있어야만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괜찮지 않은 것이었다.

1월 1일은 괜찮았다.
그 날은 어차피 쉬는 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 날부터 집에만 있으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교회도 나가고,
친구네 가족들이랑 바깥에도 나갔지만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친구가 금식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내 기분은 덩달아 더 안 좋아졌다.




온갖 것들에 대한 불평불만이 쌓여갔다.
집이 너무 건조한 것도 싫었고,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화장을 하면서
내 피부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싫었다.
우리집에 비해 너무 어지러운 집도 싫었고,
거실에서 생활하면서 식구들의 움직임 때문에 새벽에 자꾸 깨는 것이 싫었다.
신앙심도 없는데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게 싫었고,
부모에게 버릇없게 굴고 징징대는 친구가 꼴보기 싫었다.
정말 싫었다.
나랑 있을 땐 어른스러운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막내딸이라 그런지, 부모님이랑 있을 땐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고, 뭐 사달라고 징징대기만 했다.
가족들이 하루 종일 뭘 먹어대는 것도 보기 싫었다.
공부하는 언니는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수시로 과자를 먹어대고,
밤만 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돼지처럼 이것저것을 먹어댔다.
혐오스러웠다.
물건은 뭐가 또 이렇게 많은 지,
정리가 하나도 돼 있지 않았고,
냉장고에는 새로운 반찬 하나 들어갈 공간도 없었다.

너무 싫었다.




.
.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것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이 꼴보기 싫었다.

이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예민하구나-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집이다.
내가 살던 집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 다름은 처음에도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땐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들이 싫어지는 걸 보면,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왜 안 좋지?
생리할 때가 됐나.



아닌데, 한 일주일 남았는데-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건가, 몸이?





.
.



얼른 일을 구해서 일을 해야겠다.
일을 시작해야 생활에 중심이 잡히지.
일을 못 구해 놓으면
계속 일 구할 때까지 스케쥴을 못 잡으니까-





.
.


오늘은 휴가 나온  친구랑 놀기로 했고,
월요일에는 하루짜리 아르바이트 하러 가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친구랑 영화보고 순대국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바웃 타임 봐야지:)

다다음 주에는 일주일 정도 지방에 내려간다.




너무 놀지 맙시다, 하나양.
자기 자신을 알아야지요.
나는 쉬기'만' 해서는 안 되는 아이잖아요.
뭐, 기분이 안 좋아져도 상관 없다면야,
알아서 하는 거겠지만.

어쨌든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움직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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