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최선으로, 가능하면 오랫동안.
요즘 내 카톡 프로필이다. 사진은 청도 한옥카페에서 찍은 따뜻한 오미자차. 발그레한 오미자차에 노란 꽃을 띄운. 햇살을 받아 뽀얀 당신이 마셨던. 우리는 주말에 한번, 주중에 한번정도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랄 것도 없다. 주중에는 서로 일때문에 바빠서,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는 정도. 카페주인과, 그의 남자친구. 카페주인은 나와 동갑내기이고, 그 남자친구는 당신보다 한살이 많다. 또래라서 그런가, 농담도 자주하고 서로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는 누가 봐도 예쁜 커플인가보다. 겉보기엔. 투닥투닥하면서도 졸졸졸 쫓아다니는 나와 퉁명스레 시큰둥하면서도 챙길건 다 챙겨주는 당신. 카페주인인 승아씨가 물었다. 결혼안해? 나는 웃으며 너는 안해? 했더니 카페하면서 빚이 많아서 빚 좀 갚고- 하며 웃는다. 올해가을, 내년 봄쯤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나보다 조금 통통한 승아씨에게 당신은 웨딩드레스 입으려면 좀 빼야겠는데? 하며 놀린다. 나와 승아씨는 당신을 흘겨보며, 저렇게 철이 덜들었다고 내가 대신 사과한다. 이직한 그의 직장 내 부서는 잦은 술자리를 갖는다. 술도 좋아하는 당신은 빠지지않고 꼭 끼어서 술자리를 함께한다. 10시, 11시쯤 끝나면 카페로 나오라 한다. 가디건만 걸치고 후다닥 쫓아나가면 저 멀리서 당신이 휘적휘적 걸어온다.
많이 마셨어? 뭐 그렇지. 몇명이나 있었는데? 6-7명됐나? 메이트들하구, 부장하고-.. 소주가 13병쯤? 14병이었나? 미쳤네 미쳤어, 인당 두병씩은 마셨단 소리잖아! 또또또, 잔소리한다~ 쉿. 술이 들어가면 당신은 애교가 많아진다. 삼형제 중 둘째인 당신은, 어머님께서 딸을 바라고 낳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형님보다 여성스럽고 동생보다 귀엽달까. 승아씨가 우리를 반긴다. 또 회식했나봐?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이런다니까- 못살아. 웃으며 주문을 하려는데, 당신은 과일빙수를 먹겠단다. 듬뿍 올려진 과일과 떡, 팥. 크게 한숟갈 떠서 아~해보란다. 왜그래,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구- 싫어? 아- 안할꺼야? 당신이나 드세요. 진짜? 싫어? 다신 안 먹여준다? 찌릿- 한번 쳐다보고 아-하니 막무가내로 떠먹인다. 떡과 과일, 얼음, 팥, 우유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말한다. 살쪘다고 구박하면서 왜 자꾸 먹여 먹어야 살지, 먹을때가 젤 예뻐. 맛있지? 킥킥킥하며 당신은 웃고 나는 그런 당신을 보며 웃는다. 오늘하루가 이랬고 저랬고, 밥은 뭘 먹었으며, 뭘 했다는둥 따발따발 말한다. 나는 맞장구치고 리액션도 하고 그랬어? 그랬구나! 정말? 이라고 호응한다. 술이 들어가서, 평소보다 더 많이 웃는 당신을 본다. 너만큼 날 예뻐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만큼 당신 좋아라해주는 사람도 없을껄? 그 말이 그 말이지. 그러니까 잘 해. 당신은 나를 쓰윽- 보더니 엉덩이를 토닥토닥한다. 우쭈쭈, 알았어알았어~ 으악, 미쳤나봐!! 길에서 뭐하는거야! 나는 동네 골목길에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간다. 뒤에서 당신 웃음소리가 들린다.
당신을 만나는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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