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기   quatre.
  hit : 2683 , 2014-11-25 01:45 (화)



또 한 무더기의 생각이 쌓인 것 같다.
정기공연이 끝났는데도 정신이 없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머리가 복잡복잡하다.

마음이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좀, 
차분히 앉아 있지를 못하니까,
붕 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차근차근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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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공연은 끝났다.
한 동안 나를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만들었던 것이 끝나니까,
조금 여유가 찾아오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일 하는 곳에서 축제 일정이 있어,
금새 바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학교는 점점 더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왜지? 

그래도 그 전까지는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학교는 꼬박꼬박 가고, 과제도 열심히 냈는데.

지금은 그냥 학교 자체가 귀찮다.
학기 시작부터 말하기 대회 때문에 정신 없어서,
차분하게 시작하지 못한 탓도 있다.

중간고사 공부를 거의 못했다.
아니, 수업에 대해서 차분히 되돌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중간 고사가 끝나고, 
이제는 좀 집중해보려는 찰나, 정기공연 시즌이 돌아왔고
아직 페이스가 잡혀 있지 않아서 
더욱 더 집중할 수 없었다.

정기공연이 끝나니 이제는 축제가 다가온다.
이번 학기는 그냥 흘려보내야 하나보다, 싶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한 학기를 망친다는 건 
다음학기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다니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저것 다른 장학금을 찾아봐야 하니까.

아무튼 그래서 지금 학교 다니는 것이 매우 귀찮아진 상황이다.
오늘도 오전 수업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빼먹어버렸다.
자포자기인 건지-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요즘 든다.
그냥 때려치고 하고 싶은 활동이나 시작해볼까, 싶기도 하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이야 많다.

여행 협동조합에도 들어갔으니 거기에도 좀 집중하고 싶고,
성폭력 치유 프로그램도 구체화시켜보고 싶고.
영어 공부도 제대로 하고 싶고(외국 나가서),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 이수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걸 졸업 이후로 미뤄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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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그래도 졸업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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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이 없으면 학력 차별을 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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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예나 지금이나 선택하기 어려운.
대학을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는 고민. 


이걸 언제 또 일기로 썼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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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것 때문에 조금 심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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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서는 벽이 느껴진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이건 쭉 들어오던 말이다.
성격에 약간 벽이 있다고,
그래서 다가오기가 힘들다고.

음, 
이 벽이 뭘까
내게는 왜 벽이 있을까
어떻게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벽이라는 건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겠지.

무엇으로부터? 
벽 바깥으로부터.

사람들이 그 벽을 뚫고 내게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
그럼 나는 왜 사람을 막는가? 


뭐가 무섭지? 



내가 먼저 잘 해주는 건 무서워.
미움 받을까, 
배신 당할까-
나를 싫어하는 데 내가 괜히 오지랖 부리는 것일까봐.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건 무서워.
나를 반겨주지 않을까봐.
내가 다가가는 게 달갑지 않을까봐.
싫을까봐.
친한 척 한다고 생각할까봐

무서워.

그래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혼자 여기서 멀찍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아무도 나를 욕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을 거야.
유리벽 너머의 사람은 
미움의 대상도, 사랑의 대상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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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벽은 뭐지? 
어떻게 생겼지? 
나는 어떻게 벽을 칠까? 


궁금해 궁금해.
사람들은 나랑 있을 때 어떻게 느낄까? 

내가 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것? 
혼자 있으려고 하는 것이 그런 건가? 

벽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녀야지! 

그리고 이 벽을 허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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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겼는데
내 마음 속에서부터도 벽을 치는 것 같다.
아니야, 나는 관심 없어, 이러면서.

면접을 보러 갔다가 만난 사람인데,
처음부터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어서 그런 지
사람이 굉장히 괜찮아 보였다.

생긴 것도 훈훈하고,
여행과 산을 좋아하는 것까지.

그래서 마음에 들고
딱 한 번 봤을 뿐인데 일상생활에서 종종 생각이 났다.

도전 과제로서라도 한 번 좋아해봐야겠다.
도망치지 말고 부인하지 말고.
관심이 가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맡겨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일 하는 사무실에 강사로 오는 오빠에 대한 마음도
한 번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다.
호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관심 있는 것 같다는 느낌과 
전언을 들은 후로는 관심을 끄려고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자신감이 없으니까.


뭐 어쨌든 어느 쪽으로든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둬보고.
그리고 나의 다음 목표는,



'고.백.해.보.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먼저 고백해보고 싶다.
이게 내 다음 버킷 리스트이자 도전이다.
오호 재미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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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겨울에는 터키 여행을 간다.
사실 여행 자금 모아둔 돈을 엄마가 빌려가놓고
갚을 능력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갑자기 돈이 급해졌다.

사실 그래서 다음 학기에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대출로 지불했던 등록금에 대한
국가장학금이 내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 때부터 나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마침 돈도 없는데 이 돈으로 여행을 갈까? 
그런데 그러면 학자금 이중지원자가 되어서 다음 학기 장학금이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또 휴학을 하자니 좀 그렇고
아예 자퇴를 해버릴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좀 한심하긴 하다.
그런데다 성적까지 잘 안 나오게 생겼으니.
이제 악착같이 벌어서 학교 다니는 것도 지치고.


일단 여행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해보고
성적을 백분위 70 정도만 맞춰봐야겠다.
그 모든 걸 다 한 다음에 자퇴를 하든 말든 해야,
그게 나의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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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행 자금은 어디서 마련하지? 
일단 같이 가는 언니에게 어느 정도 빌려야겠다.
그리고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이야기해야지.

10만 원은 친구에게 빌려줬던 거 갚고,
언니에게 100만 원 빌리고
엄마에게 60만 원 받으면,
대충 되긴 한다.

그러면 여행 갔다 온 다음의 생활비가 없겠지?
그건 생활비 대출 받아서 막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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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무대뽀로 사는 것 같다.
으아 
좀 안정적으로 살아보고 싶은데.

그래도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엄청난 득이 될 거란 생각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이 때가 아니면 언제 한 달 동안 터키 여행을 가보겠나, 싶다.
언제든 다음에 갈 수 있다고? 

아니,
난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다, 지금.

그래서 이번 여행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 여행이 분명 나를 또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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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쩄든 공연 축제 끝나면 좀 진득하니,
금전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봐야겠다.
방학하면 단기 알바 좀 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어쩄든 이번 남은 학기라도 열심히 해서 백분위를 좀 맞춰봐야겠다.

공연 끝나면 한 2,3주 시간 있으니까
그동안 열심히 해봐야지.

제대로 들은 수업이 하나도 없어서 걱정이긴 하다.
으으, 한심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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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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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f everything is possible? 

만약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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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건 성적을 받아놓은 다음에 선택하자.
지금 나의 이 모든 고민은 성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시작된 거야.
성적이 잘 안 나올 것 같고,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두려운 거지.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학점을 신경 써보자. 
잘 받을 수 있다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다면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라
망친 학점 때문에 도망가는 것밖에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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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성적이 잘 나왔다면 
내년에도 학교를 계속 다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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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등록금을 대출받지 않아도 됐다면 
다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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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렇게 머리가 아픈 이유는? 






지금 결정할 일이 아닌 것을 두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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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결정할 것은? 





앞으로 남은 학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열심히 다녀야겠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정리 끝.
이제부터는 과제도 열심히 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겠다. 

자,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다.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축제 준비 열심히 하고,
여행 협동조합 들어간 거 활동 충실히 하고,
터키 여행 금전 문제 해결하고.


학교 관련된 결정은 겨울 방학 때 해도 늦지 않다.
생각 그만~ 

이번 학기 열심히 다니는 걸로! 지금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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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결정하거나 실행할 수 없는
학교, 성폭력 치유 프로그램은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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