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주기   neuf.
  hit : 611 , 2023-06-06 21:01 (화)



오늘은 아침에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했는데
왜인지 중간에 또 마음이 무거워져버리고 말았다.
어제 좀 악몽을 꾸었지만 일어났을 때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오늘은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내 생각에는 수퍼비전 수련 수첩 요청과 필기 시험 생각을 하면서 불안해졌고
특히 수련 수첩 확인 요청은 좀 늦어졌는데
이거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뭔가 잘못한 느낌이 들면서 
자존감이 확 낮아지고 나를 비난하는 마음이 들었고
카페에서 오랜만에 아는 분을 만났는데
그런 불안한 마음 때문에 막 편하게 인사를 하지 못하면서 좀 자괴감이 들었고
남자친구는 오늘 하루 종일 너무 피곤하고 바빴는데
그러면서 나한테 관심이 많이 없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결국 또 마음이 힘들어져서
저녁 즈음에는 혼자서 또 헤어지네 마네를 하고 있었닼ㅋㅋㅋ

후 그러다가 산에 갔다왔더니 몸이 무거워서 낮잠을 좀 잤는데
자면서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이걸 어떻게 하지 싶다가
그냥 내가 나를 위로해주어야지 싶어서  
마치 나를 엄청 사랑하는 할머니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아이구 우리 하나 이리와 내 새끼 힘들었지?'하면서 
나를 안아주는 상상을 했다.
'누가 그랬어~? 마음이 힘들구나. 이리와 괜찮아'
하면서 토닥토닥을 해주고 있으려니 갑자기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러면서 한참을 소리없이 엉엉 울었던 것 같다
아마 방에 룸메가 없었다면 소리를 내서 울었을 것이다
진짜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이렇게 울어본 건 거의 20대 중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울면서도 계속 나를 달래주었다
마치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말처럼

'하나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잘 몰라서 그랬어 미안해
앞으로 잘 할게
혼자서 너무 고생이 많았어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몰라줘서 미안해
사랑해'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해주는데
막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엄마한테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었다.

이런 사랑을 엄마에게 받아본 적은 없고
아마 앞으로 받을 일도 없겠지만
내가 나에게 이런 사랑을 주어야겠다

홀로 선다는 건 
나 스스로의 마음을 내가 채워줄 줄 아는 것 같다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놀 줄 안다는 것 이상으로.
내가 나를 잘 달래고 돌보고 위로하고 사랑해줄줄 아는 것이
진짜 독립적인 것 같다

나는 얼핏 보면 혼자서 이것저것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혼자서 잘 있을 줄 모른다
혼자서 가만히 있으면 너무 외롭고 우울해져서
그냥 이것저것 하는 것뿐이다
누군가한테 잘 기대거나 의지하지 못하니
외로워도 누굴 잘 찾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일뿐.

요즘 연애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의존적인지 깨닫고 있다
남자친구가 너무 바빠서 예전처럼 나를 신경써주거나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있는데
내 마음이 정말 정말 힘들고 어지럽다
어서 연애 초반처럼 나에게 집중해줬으면 좋겠고
매일 매일 사랑을 표현해줬으면 좋겠고
그러지 못하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이렇게 힘들 바에야 그냥 혼자 있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굴레에 빠져있달까.

그러나 이렇게 남자친구의 애정만 목빠져라 기다릴 순 없다
내가 그 바쁨을 겪어봐서 알지 않는가?
남자친구가 아무리 좋아도 내가 잠을 못자고 내가 불안하니까
애정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자고 싶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었다
남자친구도 지금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럴 땐 묵묵히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그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내가 나를 위로하고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관계에 내가 많이 묶여버렸다
다시 나의 중심을 찾을 때이다.
나를 바로 세우기! 

프러시안블루  23.06.07 이글의 답글달기

토닥토닥

HR-career  23.06.09 이글의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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