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 카테고리가뭐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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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 받는 아이의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점심시간이다. 모두들 삼삼오오 둘러 앉아 즐거운 식사를 할때 이로운 미운 오리 세끼는 구석에서 혼자 반찬을 가려가며 밥을 먹는다. 이 영화도 역시 점심시간에 자리에 끼지 못하는 어리숙한 돈의 모습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 애가 따돌림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멍청해서?못생겨서?성격이 드러워서? 나의 초등때의 기억으로 돌아가면 가장 큰 이유는 선생(어른)들의 차별대우에서 부터 시작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선생이 선호하는 아이들 편에 서게 되고 같은 대열에 좀 끼어보겠다고 친한 척을 한다. 반면 어른들이 좀 멸시하는 티가 나는 애에게 아이들은 어른의 판단에 휩쓸려 같은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상대를 무시하고 괴롭힘으로써 나는 너같은 부류랑은 달라 라는 우월감에 젖어 보려한다. 친한 언니가 하나 있는데 난 그 언니에게 우리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 애기를 곧잘 한다.(난 유치원 미술부에서 일한다.) 내가 자랑스런 표정으로 `우리 애들은 ..`하면서 자랑을 해도 그 언니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신은 애들이 싫다는 거다. 싫은 이유가 그들의 무지함에서 오는 잔인성이 소름끼친다는거다. 모든 애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틀린 얘기도 아니다. 그들은 무지하기 때문에 동물원 칠면조에게 돌을 던진다. 애벌레를 잡아서 두동강내고 파리의 날개를 뜯어서 돋보기로 태워버린다. 그 잔인성은 또래 집단으로도 이어져 한 사람을 정하여 집단으로 노골적인 적의와 폭력을 가한다. 이 영화에 그다지 폭력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돈이 학교강당에서 발표회를 가질때 온 전교생이 한 목소리로 돈을 조롱하는건 그 어떤 폭력 못지않게 잔인했다. 바보같은건지 돈은 그다지 자신이 미움을 받고 있는걸 실감하지 못하는것 같다. (전혀 모르는건 아니지만 어딘가 습관화되어 둔한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발표를 끝까지 마쳤고 애들의 놀림에도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징징대지 않는다. 어느정도 자신이 미움을 받고 있단 사실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것 같다. 나름대로의 몸부림이 없는건 아니다. 부당한 대우를 하는 교사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유괴된 동생 미시를 찾아 뉴욕을 헤메기도하며 꾀꼬리 합창단에 들어서 뭔가 새출발을 해보려한다. 하지만 돈은 그 합창단에서도 따돌림을 받을 것이다. 미운 오리세끼는 영원한 미운 오리세끼다. 어느날 백조가 되는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합창단 버스에서 합창을 하는 아이들 노래소리중에서 돈의 목소리는 점점 구 별되어져서 그 목소리만 슬프게 홀로 남아 울리며 끝을 맺는다. 돈은 분명히 암울한 어린시절로 멍들었을거다. 그럼 비슷한 처지의 다른 따돌림받는 애들에겐 어떨까. 같은 처지니까 이해하고 도와줄까? 아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자는 주지도 못한다. 돈은 학교에서 받은 욕지기를 집에와서 엄한 동생에게 똑같이 다 갚아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따돌림 받는 아이 랠피에게 누구보다 잔인하게 무시하고 욕한다. 그런 돈에게도 사랑은 있다. 오빠친구를 짝사랑하기도 하고 문제아 브랜든과 어설픈 사귐도 갖는다. 그런 모습들은 바보스러워도 무척이나 귀여워 보인다. 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까지 먹을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적절히 사용된 파괴적인 음악과 아이러니하게 흘러나오는 유머스런 클래식이 영화를 더 맛깔스럽게 하며 사실적인 묘사와 배우의 연기는 참 잘되어있다. 무엇보다 가슴 찡했던건 마지막에 아이들의 합창소리중에서도 홀로 존재하는 돈의 목소리였다. 관객은 각자가 경험했던 외로움의 기억들로 돈의 외로음을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코믹한 영화임에도 자신의 씁쓸한 기억과 일치하여 웃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 이다. ----------musicisland.org에 올렸던 글 1997/10/13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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