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우연히 만난 내 남자들 │ 카테고리가뭐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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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대 장점은 첫인상이 아주 좋다는거다. 얼굴이 둥글고 착하게 생겼다. 때론 냉정하며 날카로와 보이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얼굴은 내가 봐도 착한 애 같이 생겼다. 내가 진짜 착한지 안착한지와 상관없이 착하게 생긴건 할 수 없다. 눈코입이 다 동그랗고 서글서글하고 특히 눈이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어리버리 맹한 표정같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그렇게 생겼다는걸 자각해버렸다. 그러고부터 그걸 이용하기시작했다. 이용이란 나쁜 뜻이 아니라 그러니까 적절히 활용해서 좋게 사용되는데 써먹기도 한다는거다. 첫인상이 좋다는건 접근이 용이하고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기 좋다는거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경계심없이 말을 거는데 내 외모가 자신감을 준다. 내가 첫눈에 사람에게 반한 적이 딱 두번 있는데 첫 번은 환상의 베이스라고 내가 이름붙인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었고 친해질 수도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게 한 두번이 아니었고 그것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남영동,종로,혜화동,만리동 희한하게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그 놀라운 외모에 다시 반하곤 했다. 180이 훨씬 넘는 장신에 흘러내릴듯이 기른 자연갈색머리,하얀피부에 부드러운 곡선이 마치 섹시하고 보이쉬한 외국 여자 모델을 보는거 같았다. 게다가 큰 키와 걸맞게 긴 베이스 기타를 네모난 하드 케이스에 넣어서 들고 다녔다. 그때 내가 사겼던 남자친구가 음악하는 애였다. 난 너무 어려서 남자를 사귀고 그런걸 몰랐다. 걔가 하도 적극적이고 용이주도해서 어느덧 걔 여자친구의 신분이 되어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다.ㅜ.ㅜ 남자친구는 내 환상의 베이스를 알고 있었다. 왜냐면 첨부터 안친할때부터 걔 얘기를 떠벌렸기 때문이다. 놀라운건 나중에 알고 보니 환상의 베이스는 내 남친의 아는 애였다. 그룹 휘모리에서 베이스를 치던 녀석이라고 한다. 이.럴.루.기.. 나중에는 밴드에 베이시스트가 비어서 사람을 구하고 있을때 환상의 베이스가 밴드에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근데 독점욕과 의처증 기운이 있던 내 남친은 환상의 베이스를 밴드에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후로 환상의 베이스는 서울시내에서 사라졌다. 그 뒤로 정말 감쪽같이 보이질 않았다. 하긴 이름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연히 만나게 되는게 신기한거지. 그때 이후로 환상의 베이스를 영원히 놓친게 아쉽고 아까워서 그 뒤로 길에서 쫌 맘에 들면 용기를 내서 말걸어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정말 한번도 거절당하거나 이상한 사람취급받은 적이 없다. 내가 진짜 재주가 좋거나 아니면 모든 사람은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걸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내가 환상의 뼈라고 이름붙인 어떤 소년에게 반했을때는 난 이미 20대 중반 나이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어렸고 난 나이든 변태같아 보이는거 같아서 말을 걸 수도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환상의 베이스를 놓친 기억때문에 더 이상 놓쳐선 안될거 같아서 늘 초조했다. 그 소년에게 정말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을 난 정말 바보멍충이쪼다말미잘빙신처럼 얼어서 어버벅거리고 평소의 내 대범함이 발휘되지 못했다. 그게 돌아서니까 너무 후회되고 쪽팔리고 참을 수가 없어서 그 남자애에게 첨 말을 걸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눈이 마주친 아무 남자애에게 시험을 해봤다. 다른 남자한테도 내가 그렇게 버벅대나. 연습삼아 한번 꼬셔 봐야지 하고 말을 걸었다. 뭐야..나 꾼인가봐. 왜 이렇게 잘해? 어찌나 뻥도 잘까고 표정도 진지한지.. 그 녀석이 맘에 들었던건 눈빛이 진취적이고 자신감에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키도 크고 핸섬했다. 말을 걸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우지망생이었고 말투도 또렷하고 자신감있는 모습이었다. 난 그림그리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하고 (거짓말 아니다.전공은 했으니까.) 보니까 첫인상이 좋아서 (거짓말 아니다.눈에 뛴건 사실이니까) 인물자료 사진을 찍고 싶은데 모델이 되어 달라고 그랬다.(이것도 거짓말 아니다.나중에 사진 찍었으니까.) 배우지망생이니 끼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대상으로 지목된데 대한 프라이드도 생기고 기분이 좋았을거다. 그 뒤로 실제 사진찍는 언니에게 부탁해서 촬영도 하고 사진을 보며 마스크와 표정 각도등을 연구해서 함께 토의하기도 했다. 걘 적극적이고 연락도 아주 잘했고 우리동네까지 찾아와주고 내가 다니는 교회까지 찾아오는등 내가 감동받지 않을 수 없는 행동들로 다가왔다. 나보다 몇살이나 어렸지만 남자답고 든든했다. 그 녀석을 아깝게 군대가면서 연락이 끊겼다. 군대갈 무렵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잘생기고 충성스러운 후배 하나를 아깝게 놓쳐버렸다. 그 녀석 이름은 조인완이었다. 환상의 뼈를 못잊어 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어느 화창한 오후. 그 빈자리를 아무라도 갖다 놓고 싶은 맘이 막 솟구쳤다. 신촌에서 또 혼자 길을 걷는데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걸었다. 그땐 무슨 쿠폰북이나 카드가맹점이런게 유행이었는데 그 카드 가맹점같은거 하는 알바였다. 무료회원이 되서 가맹점 업소를 가게 되면 할인이나 서비스가 있는 그런거였는데 내게 말을 건 애가 참 진취적이라 맘에 들었다. 난 젊은이의 살아있는 생기와 진취적이고 자심감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런 젊은이를 보면 내가 돈많은 자선사업가라도 되서 밀어주고 싶고 일군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막 솟는다. 그 소년은 내가 남자로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건강하고 검게 그을은 피부에 남자답고 핸섬했다. 난 좀 빈약하고 하얗고 선이 가늘고 슬퍼보이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소년이 내게 무척 호기심을 보였다.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친한척을 했고 (그건 습관일거다) 내 옷차림과 내 말투 내 행동을 무척 재밌어 했다. 내게 흥미를 보이는 사람에게 흥미가 가는게 당연하다. 집으로 돌아와 그 소년이 생각나서 인터넷에 그 소년을 찾는 광고를 냈다. [신촌 현대백화점 후문앞에서 "깍두기" 가맹점 회원모집을 하던 영화배우같이 생긴 남학생을 찾습니다.] 얼씨구. 진짜로 연락이 왔다. 기다렸다는듯이. 걔의 건강하게 검게 그을은 피부가 말해주듯 역시나 남자답고 적극적이고 싹싹한 성격의 아이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강은성이었다. 몇번의 메일과 몇번의 전화통화끝에 그 녀석도 군대에 가버렸다. 이쁜 남자들 길에서 줏어다 놓으면 군대가 다 뺏어간다. 빌어먹을 국방부. 작년 여름에 난 숙대앞 스무디에서 생과일쥬스와 샌드위치를 팔았다. 숙대에 이쁜 여자들 진짜 많다. 재밌기도 했지만 익숙치 않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기도 했다. 아침에 허둥지둥 출근을 하는데 지하철까지 와서 보니까 차비가 없었다. 지갑이 없으니 카드도 없고 난감했다. 무임승차로 어떻게 지하철은 탔는데 빈털털이였다. 그러나 난 배짱있는 녀석이다. 그런걸로 별로 당황하지 않는다. 다음역에서 어떤 남자애가 타더니 바로 내 앞에 섰다. 뜨아~! 몸이 죽음이다. 난 키 큰 남자 안좋아하지만 워낙 마르고 선이 고운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또 관음증환자처럼 침흘리구 쳐다봤다. 잠시후 내 옆자리가 비자 그 녀석은 내 옆에 앉았다. 마침 차비도 없고 돈도 없는데 구걸이나 해보자. [모르고 지갑을 안갖고 나와서 차비가 없어요. 죄송하지만 천원이라도 빌려주면 제가 곧 갚아 드릴께요] 소년은 착실하게 자기 지갑을 뒤지더니 퍼런색 종이 한장을 꺼내서 주는것이었다. 하앗!~ 학몇마리나 괜찮으면 이황선생정도면 황송할 줄 알았더니 대왕님을 주시다니...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야. 이런 선량한 젊은이가 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 그리고 난 꼭 갚겠다고 말하고 내 연락처를 주었다. 뭐야..얜.. 바로 그날 저녁때 전화가 왔다. 그리고 만나자고 그러는거다. 뭐야..이건 꼭 돈이 목적이 아닌거 같잖아. 보아하니 고등학교 갓졸업했겠구먼.어디다가 작업중이야. 그렇다고 이상하게 튕기면서 후퇴할 나도 아니다. 좋다고 다음날 나가서 만났다. 첨 만났는데두 어찌나 히히덕거리며 잘도 놀았는지. 이제 봤더니 쟤두 꾼이잖아. 나중엔 너무 어리고 처치 곤란해서 떼어놓느라 막 거짓말까지 하면서 도망치듯 헤어졌다. 그런 그 녀석이 나중에 점점 느끼하게 공략을 펼쳐오길래 난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선을 그어놓고 접근을 금지시켰다. 8살이나 어리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감당안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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