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 그리고 첫사랑...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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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살아봤다고 옛 생각이겠냐만은, 이미 내 맘 속에선 아주 오래된 일 같이 느껴지는 많은 일들이 있다. 하물며 내 새내기 시절 까지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예전 기억들이 묻어있는 여러 흔적들을 다시금 더듬었다.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일, 내가 상처 받았던 일, 미안하고 감사했던 일, 보람있고 만족스러웠던 일, 저지르고 후회한 일, 바른 선택이라 생각했던 일, 사랑했던 일과 사랑받았던 일, 등등등...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옛 추억의 늪에서 편안히 몸을 맡겼다... 지금의 여친에겐 굉장히 미안한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첫사랑이 가장 많이 떠오른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네 권의 일기장에 시간별로 새겨져 있는 그녀에 관한 많은 기억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긴다. 젠장~ 왜 그리 어리버리 했었는지...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밤을 새어 끄적이고, 그녀와의 몇 마디 안 되는 대화에 행복해 하고... 그만큼 순수했던 걸까? 그만큼 바보같았던 걸까?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내 생각과 행동을 제어했던 한 사람.. 친구들이 평가하길, 그리 이쁘지도 않고, 잘 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한 명의 여학생이라고 그랬는데.. 난 왜 그리도 맹목적이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하긴 그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서 정말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만 매력있게 보인다면 과연 몇 명이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왜 갑자기 그녀가 생각 났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 일기장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님 옛 생각 중에 한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늪이란 건 역시 무서운 거다.. 편안히 몸을 맡겼는데, 다시 빠져 나올려고 발버둥치다 오히려 더 깊숙히 들어가 버렸다. 추억의 늪...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 기분대로 끝날 것 같군..) 언젠가는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 이제는 자신있게 나 예전에 널 정말 좋아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땐 왜 그리 창피해 했었는지.. 그치만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 담에 만나면 꼭 말 걸어 봐야지... 처음에 떠올랐던 첫사랑의 영상은 이제 점점 다른 한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내가 군생활 하는 동안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고마운 사람. 물론 첫사랑에 빠졌었던 그 때처럼 지금의 그녀에게 대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란 것도 점점 성숙해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 그것이 공부든 생활이든 직업이든 사랑이든 언제나 내가 가장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많은 상념과 감상이 날 휩쓸고 지나간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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