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자신의 시야의 왜소함을 깨닫게 된 어느 날 밤의 상념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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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 한 치 끝 인연 나와 너 그 위험한 항해 셀수없이 몰아치는 파도의 향연 예고없이 등장하는 삶의 암초 가운데 믿음 가득 한 척의 배 영혼의 닻 올려 서로를 펼친다 너와 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저런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내 짧은 생각엔 말이다. 우정은 물론이거니와 하물며 애정은 오죽하랴. 그 모든 참다운 관계의 저 밑바닥 아래엔 신뢰라는 것이 있다.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대를 나의 방식이 아닌 그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이 중요하고도 대중적인 진리를 난 왜 기억하지 못했는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체감하는 삶의 철학 중에 하나가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임에 틀림없어!, 라는 것이다. ─ 주관적인 의견에다 자조적인 비난의 뜻이니 오해는 마시길. 아니, 적어도 내겐 간사한 것이 아닌 이기적인 것이리라. 자신의 시선으로밖에 세상을 바라볼 줄 모르는 불쌍한 모습... 극히 사소한 실수 하나가 끝에는 커다란 비극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분명 나비효과란 학설만큼의 커다란 그림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함께 섞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엔 어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 흐름이란 참으로 무서운 법이다. 그냥 어찌하다보니까 이렇게 되었더라. 삶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을 우리는 자연스레 멀리하고, 잊어가고, 이젠 오래된 일기장에서나 기억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살아가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시나브로란 순우리말에 담긴 선조들의 날카로운 철학에 경의를 표한다. 만남의 인연도 헤어짐의 아픔도 그 근본적인 성격은 비슷한 게 아닐까. 아주 사소한 인연의 끈을 어떻게 이어 나가는가... 아주 사소한 생채기의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하는가... 시선의 차이. 내가 보는 것과 같이 보는 것. 혼자라는 것과 함께라는 것. 나만의 생각와 서로의 생각. 이제야 그 차이의 무서움을 깨닫는다. 잠이 오질 않는다. 벌써 하루를 넘어선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어떻게든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려대고 싶었다. 그렇지만, 결국 변하는 건 없다. 이제서야 깨닫게 되는 것인지도... 태엽 감는 새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하게 노력을 거듭하면 상대의 본질에 얼마만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관하여 얼마나 그에게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것일까? " ps.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국 난 아무것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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