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걸 │ 2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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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제 심한 우울증에 도피증, 약간의 대인기피증까지 느꼈다. 취업한지 한달 밖에 안되었지만 정말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없고, 온통 의문투성이에 답도 보이지 않는 물음표투성이의 세계. 누가 SLP의 세계가 평온하고 안정적이며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지..?? 생각해보면 그건 다 순전히 성공한 사람들만의 현재의 성공담이지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노력한건지..그들은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았다. 수십번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내가 정말 제 몫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려면 도대체 또 얼마나 생각하고 짜내고 실험해봐야하는건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구 우리집에 있으면 난 내가 한 사람의 인간임을 느낀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때로 깃털같은 무게의 행복으로도 하루종일 웃으며 살 수 있는데.. 이 세계에서는 내 존재감이 없다. 난 내가 정말 제대로 되어 있는 길을 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 눈 앞에 훤해지도록 방법을 좀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눈에 훤히 드러나 있는 길만이 길이 아니다. 없던 길을 내가 만들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러나 너무 어렵다. 사람을 다룬다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아직 어리고 제멋대로에 익숙해 있는 장애아동을 정상이라는 길로 인도한다는거 무엇보다 내 나약함에 치가 떨린다. 나는 왜 안되는거지. 짜내도 획기적인 치료법이 생각나지 않아.. 이런 자학감과 옆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 선망감. 요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또다시 내 위에 한꺼풀을 덧씌워야만 하는 나. 어떻하면 좋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힘들텐데..나는 왜이렇지 왜 나는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위로를 필요로 하는걸까... 내가 선택한 길이면서도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주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해. 바보같은 내가 정말 소망하는건,, 완전히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것.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걸어가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필요없어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아무 소용없어. 생각에 푹 잠겨서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많이 해본걸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만으론 안돼 그저 편안한 우리집 지붕 아래서 행복함을 느끼며 언제까지고 잠자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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