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다. │ u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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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엄마랑 아빠가 싸운다. 아빠가 외박을 했다. 월요일에 이어 두 번째다. 엄마는 여자가 생겼냐며 화를 내고 아버지는 아니라며 둘러댄다.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 아버지, 뻔뻔하게 들어와 어디선가 술을 먹곤 잠들어버렸다고 둘러대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틀 내리를 외박을 하고도 집에 잘도 들어온다. 엄마도 바가지 조금 긁다가 이내 넘어간다. 답답하다. 사실 나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든 말든 상관 없다. 안들어오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 그런데 엄마는 그게 아니다. 다른 여자가 있을 거란 의심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을 끙끙 앓고 울면서도 정작 집에 들어오면 짜증만 내다가 넘어간다. 왜 같이 사는지 모를 노릇이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기분이 꿀꿀하다. 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기분이 안 좋아서 일하기가 조금 그렇다. 손님이 와도 잘 안 웃어지고, 친절할 수가 없다. 사장님한테 조금 죄송하다. 판매직은 기분이 좋을 때는 할 만한 일인데, 요즘같이 기분이 다운 되는 때에는 하기가 힘들다. 억지로 웃는 것 만큼, 억지로 친절한 것 만큼 힘든 게 또 있을까. 근데 요즘은 사람 안 대하는 직종은 거의 구할 수가 없다. 홀 서빙, 판매직, 계산원, 집 가까운 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이것뿐이다. 하다못해 카페에 취직을 하더라도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맨 처음 백화점 아르바이트 할 때, 교육강사가 했던 말이있다. 서비스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떄나 항상 웃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의 기분을 헤아려 주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싫은 데 좋은 척 하는 것, 슬픈 데 기쁜 척 하는 것을 제일 못한다. 서비스업을 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성격인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이상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 사람하고 이야기 하기, 우울을 즐기지 말 것. 음, 지금 가서 앞집 사장님이랑 이야기 좀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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