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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씨앗
 외할머니를 닮으신 어느 할머니   나의 삶
조회: 2607 , 2013-01-22 21:50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압구정 날라리에 마지막 가사에 등장하는
수유리 윗 동네인 트윈 게이트 빌리지  => 쌍문동 이다

한일 병원 바로 정문 쪽인데 다리를 하나 건너 가면 바로 수유리인데 시장을 지나서
수유리 지하철 쪽으로 가면 각종 음식점과 유흥주점이 모인 먹자 골목 줄줄이 있다
밤새워 가며 젊은 이들과 직장인들이 먹고 마시며 논다

그렇게 돈을 쓰고 나면 각종 폐품과 플라스틱 통과 캔들과 술병들이 가득 쌓이게 되고
새벽이면 이런 것들을 손수레를 끌며 주워다 파시는 나이 많으신 독거 노인 분들을 만나곤 했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사시다가  자식들 덕을 보기는 커녕  자식들 뒷바라지만을 하시다가
노후 준비도 못하시고 폐품을 모아서 그날 그날을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희생으로 키운 자식들이 번돈은 자신들의 즐거움을 채우고 남은
찌꺼기들로 다시금 어르신들이 살아 간다는 이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볼때 마다
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 지곤 했다


오늘 수유리 뒷 골모에서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그런데 등이 굽으신 모습으로 폐지와 공병을 모아 오신 할머니 모습에서
3년전 돌아 가신 외할머니 모습이 겹쳐 보였다

 외할머니도 등이 굽으셨고 92세의 나이로 소천 하실때 까지
외손자인 날 위해 한글도 못 읽으시면서도 교회에 가서 날 위해 기도하시던 외할머니...

 그냥 서 있을 수 없어서 다가 가서 공병 정리 하는걸 도와 드리려 하자
할머니께서는 괜찮다고 극구 사양을 하셨지만 내가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도와드리고 싶다고 하자
마지 못해 도움을 받아 주셨다.

도와 드리면서 외할머니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마음이 조금 열리셨던지 몇일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사실 날이 얼마 안남으셨다고...
또 가슴이 짠해 지고 먹먹해 졌다....

할머니는 다시 폐지를 모아 오셔야 한다고 하시며 도와 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하셨고 난  건강하세요 ㅡㅜ 라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왔다...





밤비   13.01.23

어릴때는 어려운 사람들 도울수 있는 사람이 되자 했었는데 지금은 내 몸 하나도 가누지 못하고 있네요. 부모님께 신세 지고 있고,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다시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지금의 삶은 제가 원하던 삶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그 꿈은 간직해 봅니다 ㅋ

좋은씨앗   13.01.23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일상에 익숙해진 삶....
가슴이 시키는 대로 용기내어 남을 돕는 삶...

사실 그건 남을 돕는 삶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을 도와 줌으로인해 내가 살아 있다는걸
나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어 줄수 있는 존재란걸
느낄 수 있도록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