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흔들림 끝에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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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행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너무나 답을 얻고 싶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결국은
답을 찾았고
그 답을 찾으니
어느 정도 안정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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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
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당신의 꿈이 뭡니까?'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을 때
'음, 심리학을 공부해서 마음이 힘든 사람을 돕고 싶어요.'
라는 두리뭉실하고
한 겹 덧씌워진
망설임 가득하고 조심스러운 답 말고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당했던 성폭행의 상처를 극복하고
나처럼 힘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적으로도 이런 일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
당당하고 충만하게
나의 꿈을 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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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답답했던 것이다.
감춰진 인생이라는 것이.
'올해는 대학 편하게 다니겠네.'
라고 엄마가 물으면
나는
'고소하고 그러면 좀 힘들 거야.
나는 내 성폭행 상처에 정면으로 맞설 거니까.'
라고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은데
엄마는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쉽게 말을 할 수가 없다.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나 또한 엄마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상처받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진심이 아닌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그것이
너무너무 답답했다.
솔직하게 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항상 상대방과 한꺼풀을 두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내 마음을 솔직하게
편하게
다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
어느 누구에게
나는 7살 때부터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수 백 차례는 더 당했으며
강간까지 당했다는 이야기를
내가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나 자신까지 속여야 했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없었기 문이다.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슬펐나보다,
내 안의 어린 하나는.
자기 좀 알아달라고
제발 감춰두지 말라고
날 좀 꺼내달라고
춥고 무섭다고
혼자 두지 말라고
그렇게 울며 외쳐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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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제는 너를 묻어두지 않을게.
감춰둔 자식마냥
몰래 훔쳐온 돈 마냥
네가 뭔가를 잘못한 것처럼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대하지 않을게.
'솔직함'
이다.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이다.
뭔가를 숨겨야만 하고
한꺼풀을 씌워야만 하고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내 안의 가치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나.
내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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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질감을 느끼는 집단에 들어가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을 그만두면 바로 집단 상담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한 단계 넘겨 짚어
'그렇겠구나'
하는 공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맞아, 나도 그랬어.'
'응응 그렇지.'
'그게 얼마나 힘든데. 맞아맞아'
하는 이런 깊은 동질감.
내면과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완전한 공감,
그런 소속감.
가감없이
상대가 충격을 받을 거라는 걱정을 조금 덜하면서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내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틈에
속해 있고 싶다.
그렇게 내 감정에 대해 표현해보고 싶고
내가 잘못 느끼고 있는 죄책감이라든지 수치심도 검증받고 싶고
내가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안정감도 느끼고 싶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싶다.
물론 모두 충격을 받겠지.
뒤집어지겠지.
하지만 한 번쯤 갈아엎을 때가 되었다.
얼마나 어떻게 성폭행이 이뤄졌는지
엄마와 동생에게 설명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은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당당히 알리고 싶다.
나는 이런 와중에도
견뎌냈고 살아남았다고.
그리고 이렇게 강하고 예쁘게 자라났다고.
그리고 나의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결코 외계인이 아니라는 것,
그런 일을 겪은 나라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이 사회에 알리고 싶다.
물론 이 단계까지는 조금 위험한 상상일 수도 있다.
괜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상처입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정말로
내가 나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떳떳이 이야기하고
지지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멋진 날이 와주기만 한다면
나는 진실로
충만하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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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이겠지만.
뭐 한국에서 힘들다면 다른 나라에 가도 좋고.
한국을 그런 나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도 있고.
마침내
내가 온전히 나로써 숨쉴 수 있을 때
그 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