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가 맞는 건데
내가 옳은건데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이야기하기가
너무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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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서늘하게 식는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이 따뜻하든 춥든
공포에 맞닥뜨리면
갑자기 추워진다.
손과 발이 떨리고
무릎이 떨리고
이와 입술이 떨린다.
무서워한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
멈추고 싶지만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옷만 걸친 채
그의 앞에 서 있는다.
두 발은 땅에 붙인 채
머리 속으로만 열심히 도망을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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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와 통화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단호하게 이야기하려 하거나
그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면
나는 몸이 식어오고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와 만나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면서
내 주장을 하고 있으면
떨지 않으려 손을 깍지를 끼고
다리를 꼬지만
나는 여지없이 몸이 떨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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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무섭다.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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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고
그에게 화를 내고 싶다.
그를 이기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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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보았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는 덕만에게
미실은 이야기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도망치든가,
분노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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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워'에서
너무 위험하니 발화점을 포기하라는 말에
설경구는 대답한다.
'발화점을 포기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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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점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평생 잔불을 끄며 살고 싶지도 않다.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지언정
나는 발화점을 반드시 잡고 갈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다.
분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