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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엄마에게   trois.
조회: 2355 , 2013-08-11 19:46



엄마, 안녕.
편지를 쓰는 게 오랜만이네.
사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엄마잖아.
수정되었을 때부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는 또 아닌 것 같어.
그렇지?

사실은 말야
나는 엄마가 많이 얄미워.
엄마는 너무 어리단 말이지.
좀 똑부러져서 나랑 내 동생을 잘 돌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맨날 짜증만 부리고.
나보다도 어린 것 같아.
알아서 척척 내 동생 학원도 좀 보내고
나한테도 신경 쓰고 그러면 좀 좋으련만.
내가 엄마를 해도 엄마보다는 잘 할 것 같아.

형제들하고도 잘 지내고.
엄마가 형제들이랑 잘 못 지내니까
나도 삼촌하고 이모들하고 
사촌 언니 오빠들하고 잘 못 지내겠잖아.
왜 그렇게 똑부러지지 못 한 지 모르겠어.
자식들 뒷바라지에는 관심도 없고.
잘 하지도 못 하고.

엄마는 맨날 엄마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동생한테는 용돈도 안 주고.
내가 벌어서 등록금 대고 용돈 쓰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빠한테 그런 일 당한 거 알면서도
제대로 해 준 게 없잖아.

맨날 도망가기만 하고.
내가 맞는 것도 모르고.
알고 나서도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울기만 하고, 화만 내고, 나만 못 살게 굴고.
아빠한테는 속 시원하게 말 한 마디 못 해주고.

그래놓고 뭐 형제들한테는 엄마 이혼했을 때
아빠한테 아무 말도 안 해준다고 화를 내는 거야?
엄마는 날 위해서 제대로 화 내준 적 있어?

그리고 내가 어디가 아픈 지
마음이 어떤 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잖아.
내가 알아서 해서 다행이지
다른 애였으면 엄마는 병원 쫓아다니고 난리 났을 걸.
맨날 약 타 먹여야 하고
학교에도 쫓아다녀야 했을 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오히려 학교 생활 더 잘 했잖아.
맨날 우등생이었고
병원비는 커녕 학원비 한 푼 안 들이고
대학 학비도 안 들이고.

진짜 돈 절약해서 키웠으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나한테 위로 한 마디 제대로 해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나는 엄마가 싫어.
엄마는 나한테 해주어야 마땅할 것들을 해주지 못 했거든.
이런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알고는 있는 거야?
아니면 변명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