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570 , 2014-06-26 00:39 |
별다를게 없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보내고 있는 일들이 있어서 좋다.
본업에 대한 부담감과 질렸던 마음 때문에 죄스러웠는데
생각 안하고 잠깐 숨어서 완벽히 내려놓으니까 다시 재미로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 시기였고, 실망스러운 시기였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애정과 흥미를 잃어가는 것.
지금은 괜찮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즐기면 되고. 애정과 흥미는 생길때 쏟아부으면 된다는 결론.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고, 질려하는 것이 가득한 나에게
여지껏 해온 일들은 멈추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 있는 유일한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루 아침에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는 것 같아 불안하고 조급했던 거겠지.
재미가 없어지니까 하기가 싫어지고, 하기가 싫어지니까 마음이 힘들고.
죽도록 원해서, 꿈을 가지고 시작했던 일도, 내 20대의 전부를 쏟았던 일도 이렇게 ....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될 수 있는데. 잘 할수 있나 없나. 뭐 그런 부담감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결국 내가 어리석었던 거다. 한 발짝 떨어져서 여유를 가질 시간도 필요했던 거다.
이런저런 책을 보러 서점에 갔다가 눈을 반짝거리는 교복입은 학생을 보았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나보다 디자인전공에 관련된 자격증 책과 디자인북을 사고 있었다. 옛날의 나의 모습같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던 없든, 돈이 있던 없던, 디자인 쪽을 맴맴 돌던 내 모습.
부끄러웠다. 저런 관심과 열정을 끊고 살았던 내 모습이.
저 나이땐 그랬다. 하고싶은걸 할 수 있다는 환경 만으로도 부러웠었는데.
아마 저 학생이 내가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무작정 부럽고 신기하겠지.
자격증도 있고, 실컷 디자인 할 수도 있고, 오래했다는 이유만으로.
때로는 천부적인 것도, 열정도 뛰어넘을 수 없는게 있다. 바로 '시간'
내가 쏟아부은, 내가 채워넣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시간'
선생님이 그랬다. 오래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고. 그게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난 이길 수 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오늘은 오랫만에 뭘 만들어봤다. 평소보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내일 더 만들어야지. 하는 여운이 남는다. 이거면 충분하다. 최근엔 이런게 없어서 내가 좀 슬펐거든. 하다보면 또 생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보다는 백번 낫다.
내생에 봄날
14.06.26
저두 디자인 했는데 지금은 손을 놓은지가 꽤지났어요- |
억지웃음
14.07.02
봄날님도 디자인 하셨었군요^^ |
프러시안블루
14.06.26
맞아요... |
억지웃음
14.07.02
블루님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
프러시안블루
14.07.02
저도 제가 뭘하는 모를때가 자주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