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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등신같이.   지난 이야기
조회: 2854 , 2015-07-08 23:34
 보내줄때 가지, 등신같이 그걸 못 참고 다시 돌아와?
 등신이라도 좋다.
 으이그 등신아. 나도 몰라,이제. 당신이 안 간거야.
 
 
 돌아왔다.
 잘 가라고, 행복하시라 인사하고,
 다시 만나 새롭게 사랑할 사람은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한 사람이길 바란다고..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울고 아파했는데,
 그런 시간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언제 그랬냐는듯.
 니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
 너도 그랬듯 잡을 수 있을땐, 끝까지 잡아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그가 왔다.


 예전과 변함없이,
 하루를 함께 시작하며 잘 잤느냐 인사하고 날씨 이야기를 하고
 하루 일과를 잘 해내자며 파이팅을 말한다.
 
 뿌옇게 흐리기만 했던 우리 앞날이 조금 화창해지는 것 같다.
 당신이,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조금 바뀌기도 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지,
 떠날 사람이라는 마음이 있어서였는지,
 나는 모르지만, 아무튼.
 단 한번도 당신의 주변사람에게 나의 존재를 말한 적이 없었다.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당신의 존재를 다 알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나는 조금 그게,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해했었다.
 그래,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한다면- . 굳이 뭣하러 나를... 이라는 마음.
 
 다시 돌아온 당신은,
 내 이야기를 회사동료들에게 하고, 후배들에게 하고 선배들,친구들에게 한다.
 술자리에 있다가 목소리가 듣고싶다며 전화하고선 통화를 하다가
 함께 있는 친구들,지인들에게 전화를 넘겨주며 날 소개한다.

 그가 아끼는 후배들은 나에게 "형수님~"하며
 형님이 얼마나 아끼는지
 꽁꽁 숨겨놨다가 이제서야 이야기하네요-라며 진짜 뵙고싶습니다, 하며 웃는다.
 그의 친한 친구들도 재수씨라고 나를 부르며, 보고싶다고, 같이 밥 먹자고 날 잡자고 말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두근두근거리며,
 네 안녕하세요? 호호호,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하며 예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풉.. 
 
 좋으면서도, 사실
 두렵다.

 이렇게 지내다가 또,
 삐긋한다면. 그때 당신에게 돌아갈 상처가 더 클까봐.
 
 그러면서도 좋다.
 당신이 나에게, 예전보다 조금 더 진한 선을 긋고 있는 것 같아서.
 나에게 다가오는 당신의, 화살표.. 같은 거.
 

 

 언제고 시계를 잃어버리고
 좌판에서 산 싸구려시계를 차고 다니다가 그것마저 고장나버렸다.
 고쳐야겠다고 말하는데,
 됐어, 사줄께. 라고 말한다.
 그래두 수리하러 한번 가보구..
 그때 내가 사준다고 했잖아. 다 골라놓구 안 산다구 그래놓구선... 그때 사지.
 헐.. 그거 얼마였는지 가격봤어?
 얼마였는데?
 39만9천원!
 그래도 사지!
 미쳤나봐.. 3만9천원 아니고 39만 9천원이었다니까?
 됐고, 주말에 사러 가자. 사줄께. 
 

 시계를 사준다는 말에 헤벌쭉 기분은 좋았지만.
 월급쟁이가 무슨 돈이 있어서! 라는 생각에 안된다고 우겼다.
 그러면서 또 자존심 상할까봐 괜히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럼 싸면서 예쁜거 골라줘.
 어허, 됐어 이왕 사는거 예쁘고 좋은거 사. 
 
 나는 발끈해서 외친다.

 그럼, 비싼거 사줘. 엄청 비싼거.
 숫자판에 숫자 말고 로마자도 말고, 다이아 콕.콕.콕. 박힌걸로 사줘!!
 전화기 너머로 당신이 파하하하하, 하고 웃는다.
 

 당신의 웃음소리가 선명하다.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 당신과 나는 화창한 봄날같다.
 
 그래, 뭐어때.
 늙어죽어도, 아파죽어도, 사랑이 먼저인걸.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지나고 다시 봄인걸.
 그 계절들을 다 지나고, 우리는 우리만의 봄인걸.
 

 올여름엔,
 당신과 왕피천 계곡 트레킹을 가고싶다.
 시간이 되려나? 힛.





 

기쁘미   15.07.09

제언니였으면 으이구.. ㅋㅋㅋ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았을테지만 암튼 행복행복한 일기 넘좋아요~!

向月   15.07.11

음? 제가 나이가 더많나요? ㅋㅋ

기쁘미   15.07.11

저 슴살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아덕회   15.07.10

제동생이었으면 문디...ㅋㅋ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았을테지만, 암튼 러브러브한 일기 넘좋아요~!

向月   15.07.11

아저씨, 동생하기엔 제가 많이.. 어리지않...농담이에요ㅋㅋ

도란   15.07.10

몸도, 사랑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D!!

向月   15.07.11

요즘 달달한 슬양^^.. 안 아프려고, 나으려고 몸에 좋은거 다 챙겨먹고잇어요! ㅋㅋ

김면우   15.07.10

비 온 뒤에 하늘이 더 맑다고 하죠.. 이제 항상 따듯한 햇살받으면 사랑하시길 빌겠습니다. 부럽네요ㅎ

向月   15.07.11

감사합니다^^